6일 국회 교육위원회 권인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본원중심, 국립치과병원 제외)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립대병원 전공과 전공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형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 특정과가 여성 전공의를 거의 선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인숙 의원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 여성 전공의 비율은 정형외과(2.8%)-비뇨기의학과(3.9%)-신경외과(5.8%)-성형외과(12.5%)-재활의학과(28.6%) 순으로 작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정형외과의 경우 11년간 10개 국립대 정형외과 전공의 현원 누적이 1251명에 달하는 데 이 중 여성 전공의 수는 35명으로 그 비율이 2.8%에 불과, 비뇨기과 여성전공의 비율 3.9%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부산대, 강원대, 충북대, 경북대, 제주대병원 5개 병원은 11년간 정형외과 전공의를 단 한명도 선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고 이 중 부산대와 강원대, 경북대 병원은 11년 간 전공의뿐 아니라 여성 전문의와 전임의조차 전혀 선발하지 않았다.
신경외과는 11년간 전공의 현원 누적이 634명이었는데 그 중 여성은 37명으로 전체 5.8%에 불과하고 부산대, 충북대, 충남대, 전북대, 전남대 병원 등 5개의 병원이 여성 전공의를 단 한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성형외과 역시 여성전공의 비율이 12.5%에 불과하고, 전남대, 경북대, 제주대 병원은 11년간 성형외과 여성전공의 수가 0명이다.
분석한 5개과 중 재활의학과의 여성전공의 비율이 28.6%로 높았는데, 부산대가 46.6%로 가장 높았고 충북대는 여성전공의 수가 0명이었다.
재활의학과에서 특이한 점은 경북대병원으로 통상 전공의 현원이 거의 변함이 없는 상에서도 경북대병원의 재활의학과 현원은 2010년 4명에서 2020년 9명까지 늘었지만 여성전공의 수는 해마다 0명 또는 1명으로 고정돼 있었다는 점이다.
참고로 11년간 서울대병원 현원 대비 여성 전공의 비율은 내과의 경우 평균 53%이고 내과 외 여성 전공의 비율은 47%이다. 해마다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내과 여성비율은 줄어들고 있고, 외과의 경우는 점차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의료계의 성차별 실태는 여러 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는데 지난 2018년 한국여자의사회가 1174명의 남녀의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계 양성평등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 10명 중 4명(39.7%)은 전공을 선택하는 단계(전공의 선발)에서부터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 성별로는 여성은 52.6%(394명)가 남성 16.9%(72명)가 전공의 선발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 2018년 인권의학연구소와 국가권익위가 실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별을 이유로 전공과목 선택에 제한이 있을 거라는 말을 듣거나 젠더 고정관념으로 커피심부름 등을 강요받았던 응답자는 619명으로 전체 응답자(1763명)의 35.1%였고 이 중 여성은 58.7%(436명), 남성은 17.7%(180명)으로 여성의 전공, 업무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 경험률이 남성의 3.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인숙 의원은 "조사와 더불어 진행한 전공의 인터뷰에 따르면 체력보다는 인기과에 남성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성별을 이유로 환자진찰이나 참관기회를 제한받는 등 의료기술을 익힐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등 의료계의 성차별이 심각한 상황으로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7일 진행되는 교육부 국정감사와 이후 진행되는 국립대병원 감사에서 의료계의 만연한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동시에 ▲의대와 국립대병원의 성차별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 ▲현실성 있는 성인지 교육 ▲외부기구 또는 외부인이 참여하는 상담 및 인권기구 설립 ▲전공의 선발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의 대안을 주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