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9일 식약처가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약 2500만 명분으로 예상되는 독감 백신이 접종 권장기간(10∼11월)에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현재 의료기관들이 백신 회사 담당자들에게 연락하면 백신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예년보다 적은 물량만 공급하고 있다는데 따른 것이다.
개원의들은 어쩔 수 없이 도매상 등을 통해 알아보면 백신 제조·유통사들에 비해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으며 그나마도 반품이 안 되는 조건을 내걸어 의료기관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2020-2021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결과보고'에 따르면, 해당 기간 어르신(노인)과 어린이의 목표접종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았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 방문빈도 감소와 이상반응 사망신고, 백신 상온 보관으로 폐기 등으로 국민들이 독감 백신 접종을 꺼리거나 기회가 줄었기 때문으로 대개협은 해석했다.
대개협은 올해 역시 강도 높게 유지되는 거리두기 방역과 그에 따른 의료기관 방문 감소 등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의 일정 중복에 따른 혼란 등으로 작년보다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의 목표접종률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감백신 공급이 원활치 않다는 것은 국가예방접종사업과 국민건강에 큰 악재라고 강조했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지금 독감백신 공급 부족 사태는 백신의 출하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유통·공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에서 서둘러 독감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시켰으나 백신 운송 과정에서 500만 도즈가 상온에 노출되는 문제가 터졌던 데다, 접종 후 사망 사례 등으로 접종률이 떨어졌다. 또 일부 지자체가 입도선매로 확보했던 백신의 상당수가 미접종으로 폐기되는 등 일련의 사건들로 말미암아 백신 제조·유통사들이 다수의 물량을 직거래가 아닌 도매상으로 넘긴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만약 올해도 접종률이 떨어질 경우 반품을 받아주어야 하는 회사들이 직거래를 기피할 수 있으며 또한 도매상들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반품 없는 조건으로 주문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이런 유통·배분 행태들이 개원가의 독감백신 품귀 현상을 일으키고 앙등된 백신가격은 의료기관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된다. 물량을 구하지 못하거나 가격에 부담을 느낀 병의원이나 국민들이 접종을 못하게 되면 결국 전체적인 독감백신 접종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렇게 백신 품귀 현상이 생기자 독감백신 제조·유통사들이 가격을 담합하거나 심지어 일부 회사들은 자기 회사의 약을 처방하는 병의원에 물량을 더 할당하는 식으로 갑질을 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의료법이나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마저 다분하다"라며 "더욱이 백신 접종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용하지 못한 백신의 반품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이것은 상도의마저 저버린 것이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개협은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질병관리청 등에 이러한 상황을 알리고 부당한 유통배분 행위들이 즉각 시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아울러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 역시 국민 건강을 위한 사회적 책무에 동참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끝으로 김 회장은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감염되면 치명률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최근처럼 코로나 진단 검사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독감까지 확산되면 선별진료소의 업무가 가중될 뿐만 아니라 일선 의료기관들의 환자 치료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코로나19 방역위기라는 비상시국에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달라. 그렇지 못하면 국민 건강에 큰 위해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