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작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다수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전신인 전국의사총연합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만관제를 반대하고 지금 의협에선 찬성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비판여론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바른의료연구소는 시범사업 자체를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몇 년 전과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며 만관제는 밑바닥 회원들을 위한 지원책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전의총, 원격의료 우려로 만관제 절대 반대
19일 과거 전의총 성명서를 확인한 결과, 전의총은 2016년 8월 만관제 시범사업이 대면진료의 원칙을 훼손하고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고 봤다. 전의총은 의협 추무진 회장 집행부에 이 사업 참여 결정을 철회할 것을 주문했다.
전의총은 “만관제는 대면진료 사이에 주기적으로 혈압, 혈당정보를 관찰하고 필요할 때 상담하는 지속적 관찰, 상담에 대한 비대면 관리를 인정하고 있다“라며 ”이는 처방전만 발행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사업의 지속적 관찰, 상담은 비대면 관리가 아니라 비대면 진료“라고 했다.
전의총은 “의협이 대면진료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근본부터 잘못됐다. 환자가 측정한 생체정보를 의사에게 전송하는 것은 바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의 핵심요소인 원격모니터링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전의총은 “결국 만관제 시범사업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의 본격 시행을 활짝 열어주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라며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수많은 개원의들이 폐업하게 될 것이다. 또 젊은 의사들의 신규 진입도 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전의총은 만관제가 처음 도입됐던 2011년 경만호 전 의협회장에게 계란을 던지면서 강하게 반대했다. 만관제는 싸구려 관치의료의 우려, 건강보험공단과 보건소의 개입, 개인정보유출 우려, 성과연동지불제도의 공식 도입 계기, 주치의제도 및 총액계약제 전초단계 등의 문제가 있다고 봤다.
전의총은 2013년 6월에도 “2012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만관제는 총액계약제로의 시발점이다"라며 "의협은 거짓말을 일삼고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정부에 속지 말아야 한다. 의료계 모든 단체들과의 합의가 없는 껍데기뿐인 정부 정책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 만관제는 밑바닥 회원들에게 이득
이에 대해 의협은 회원들의 밑바닥 정서가 만관제를 통해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는 방향에 있다고 분명히 했다. 과거에는 만관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박종혁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초기에 만관제를 도입할 때는 시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회원들의 밑바닥 정서가 만관제를 통해 이득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시도의사회장단 정서가 밑바닥 정서라고 생각한다. 시도의사회장단이 만관제에 전부 찬성했다”라며 “만관제 자체를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원 정서와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변인은 “정부 역시 스탠스가 바뀌었다. 어떤 정책을 무조건 민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라며 “정부는 이전에 만관제를 진행해보면서 일선 의사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부의 스탠스가 바뀌었고 정책에 반영되는 과정이 있었다. 몇 년전, 또는 2년 전과 비교해 차이가 있다”라며 “밑바닥 회원들의 정서가 만관제 패러다임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데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됐다”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일각에선 만관제 논의 자체에 의미가 없다는데 그렇지 않다”라며 “어려운 의원급 의료기관이 많다. 환자들이 많은 의원들은 크게 개의치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이득이 된다. 이들에는 만관제를 통해 이득을 줄 수 있고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젊은 의사들이 새로 개원할 때도 만관제를 통해 진입장벽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울 수 있다. 환자들에게 강제로 선택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만관제와 관련한 여러 우려사항을 잘 알고 있고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우선 의협이 시범사업을 해보고 나서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제대로 반대할 수 있다”라며 “제대로 된 만관제가 될지는 1년이 지나서 결정한다”라고 했다.
그는 “2년 전, 5년 전에 비해 의료환경 자체가 변했다. 제도라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뀐다”라며 “원격의료, 영리병원 등도 나중에는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시대에 따라서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