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코로나19를 비롯해 다양한 백신 개발을 통해 질병 감염과 사망 등을 예방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산 백신 자급률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이를 확대하기 위해 산업계 중심으로 신기술(플랫폼)을 접목한 차세대 백신 개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안전성과 효능을 높이기 위한 면역증강제를 접목하는 연구들이 늘고 있다.
차백신연구소 안병철 연구소장은 지난 24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BIOHealth)·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MEDIhub)이 개최한 백신개발 동향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개발된 백신 종류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23가지 정도며, 이를 통해 연간 350~50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내 백신의 자급화율을 보면, 국가접종백신(NIP) 19종 중 6종만 국산이 있으며, 이마저도 Td와 수두, 인플루엔자(IV) 등 3가지는 수입과 병용해서 시장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일반 백신의 경우 9종이 유통되는데, 이중 단 1가지 대상포진 백신만 국산이 있고 이 역시 수입 제품과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 연구소장은 "백신 사업이 오래 전부터 이뤄졌으나 국내 자급화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백신시장은 2020년 기준 글로벌 2% 정도에 불과하며, 연평균 성장률은 3.2%로 낮은 편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연간 11%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성적에 비해 다소 저조하나 지난 2020년에는 독감 4가 백신 출시로 매출이 급증했고, 2021년에는 코로나19 백신으로 높은 성장률이 나타났다"면서 "실제 코로나19 CMO 수출 등으로 지난해 수출이 3배 증가했고,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한 많은 양의 백신 수입으로 수입액은 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폐렴구균, 파상풍, 자궁경부암, 독감, 대상포진 순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420억 달러의 규모가 예측됐으나 코로나19 백신 등장으로 코로나19 백신만 무려 656억 달러 시장이 형성됐다. 올해 역시 30%의 성장률이 예고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mRNA 플랫폼 백신이 차지하고 있다.
3세대인 mRNA 플랫폼과 바이러스백터 플랫폼 등은 그간 항암 등의 분야에서 연구만 이뤄지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단기간에 상용화까지 성공했다. DNA 백신 역시 아직까지 개발이 완료된 제품은 없으나 해당 플랫폼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항암 백신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안 연구소장은 "차백신연구소도 5~6년전부터 mRNA 플랫폼의 항암백신 개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mRNA 관련 특허 회피가 매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플랫폼은 들여 오고 리포좀 형태의 딜리버리(전달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백신은 환자가 아닌 정상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중요함에도, mRNA 관련 안전성, 독성 문제가 큰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자체 모니터링과 동물실험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안전성이나 독성 이슈가 없으며, 가장 빠른 것이 임상 2b상인데 이 역시 안전성 이슈가 없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mRNA는 물론 재조합 단백질 백신 생산 플랫폼을 활용해 대상포진 백신을 개발 중이며, 항암 등 백신 개발 과정에서 치료 효과를 높여줄 수 있는 면역 증강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대상포진 백신(CVI-VZV-001)은 gE항원과 면역증강제(어쥬번트)인 Lipo-pam™(리포-팜)을 결합한 재조합 백신이다.
면역증강제는 백신 항원의 효능(면역원성)을 높이는 동시에 안전성과 접종자의 면역 상태 전반을 올려주는 역할을 동시에 하는 첨가물로, 예방에서 치료 효과까지 도모하는 차세대 백신에서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안 연구소장은 "면역증강제는 항원 양을 감소시켜 생산가를 절감하고 백신 보급률을 증대할 수 있으며, 세포성 면역반응을 통해 백신 효력을 지속하게 한다. 또한 항암백신 등 치료용 백신으로 활용할 수 있고, 반응성을 확장시켜 변이주에 대한 방어효과도 지니게 한다"면서 "무엇보다도 인구고령화 속에서 약해진 노인들의 면역력을 끌어올려 노인용 백신을 개발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했다.
이는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소수업체 위주의 과점시장이 형성됐는데, 독자적 면역증강제를 확보한 차백신연구소는 엘팜포 등을 활용해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안 연구소장은 "현재 TLR2와 TLR3 리간드의 복합체엘팜포를 활용해 만성B형간염 치료백신과 B형간염 예방백신, 코로나19 백신, 펩타이드 항암백신, 면역 항암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며, 리포좀과 TLR2와 TLR3 리간드의 복합체인 리포팜(Lipo-pam)으로는 대상포진 백신, 리포좀과 TLR2의 복합제로는 mRNA 백신, 항암백신, 노로바이러스 백신, CVI-ADJ-007은 호흡기바이러스 백신과 노로바이러스 백신 등에 적용해 개발 중"이라며 "특히 만성B형간염 치료와 예방에 있어 약독화 보다 발현을 억제하는 성질을 이용하는 면역증강제 방식이 더욱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백신의 자급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만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바이오헬스)가 DNA, RNA, 바이럴벡터, 단백질, 펩타이드 등 5가지 백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K바이오헬스 최원석 박사는 "백신 자급화가 가장 문제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백신 자급화를 위해 막대한 연구비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추경 등을 통해서 많은 돈을 투자하고 백신실용화사업단 등을 통한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K바이오헬스는 바이오의약품 제품화 개발부터 혁신제조공정(QbD) 개발, 평가와 임상시료 분석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선제적인 규제과학 지원과 바이오인력 양성, 의료기기 제품화 지원 등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최 박사는 "이중 신약개발 지원센터 내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 혈장분획제제,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는 물론 백신의 다양한 개발 영역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부서는 초기물질 찾고 최적화하는 곳, 안전성을 확인하는 곳, 물성을 분석하는 곳 등으로 나눠져 있다"면서 "먼저 백신 후보물질 발굴과 최적화 부서는 면역원성 평가와 B세포주 기반의 백신용 항원 스크리닝, 다품종 소량 시료 생산 등을 하고 있다. 구조모델링과 물리화학적 특성 예측, 단백질 분석과 항원 디자인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 평가도 지원하고 있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의 복제 불능 분석이나, 백신유도 항체의 세포독성 평가, 면역원성 평가, 항체 특성 분석, 독성평가, 항체 중화능 평가, 생체 내 단백질 결합력 평가 등을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백신 품질관리와 제조 공정, 제형 개발, 안전화 기술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국신약개발지원센터와 함께 백신개발 생태계 조성과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신속한 백신개발과 사업화를 지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