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 의대정원 증원 발표 이후 26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처음 열린 제 15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관련 논의는 없었다.
이날 회의는 의대정원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만큼, 관련된 어떤 의견 조율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당분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구체적인 의대정원 논의를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의료현안협의체 복지부 협상단 전면 개편…모두발언에서 미묘한 입장차 확인
우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보건복지부 측 협상단 변화다. 복지부는 14차 회의까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을 필두로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이 참여해왔다.
그러나 이날 회의엔 그간 인사 등으로 오상윤 과장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변경됐다. 이날 참석자는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 오상윤 의료자원정책과장, 임강섭 간호정책과장이다.
일부 인사이동에 따른 이유도 있지만 지금까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과 관련해 의정간 여러 의견충돌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갈등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대화와 협상을 강조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의대정원 문제가 언급된 부분은 회의에 앞서 공개된 양측 모두발언에서다. 의협은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 지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이 수반된 의대정원 확대를 주장한 반면, 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가 우선 이뤄져야 부수적인 필수의료 개선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혀 다소 입장차를 보였다.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협의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의협은 의대정원이 지금 현재 야기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반대할 명분은 없다"면서도 "정치논리에서 배제된 과학적 연구에 따라 필수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의대가 증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의협이 주장하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의 정책지원, 지자체의 지원, 의료전달체계 개편 없이는 지금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필수의료 혁신전략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의사인력 확충이 맞물려야 한다"며 "의사 인력 확충은 이를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 의료인 법적 부담 완화 등 의료분쟁 제도개선 논의 강조
그러나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의대정원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회의 직후 본지 통화에서 "협의체에선 의대정원 문제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협상 멤버도 바뀌었고 그동안의 회의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 어떤 논의를 이끌고 갈 것인지를 논의하는 정도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논의된 내용에 대해서도 그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패키지에 어떤 것들을 넣으면 좋을 것인 지에 대한 폭 넓은 논의가 있었다"며 "인력 확충 뿐만 아니라 의료인 법적 부담 완화와 피해자 구제 강화 등 의료분쟁 제도개선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당분간 의대정원 관련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미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력한 상태에서 의대정원 증원 시기는 이미 2025학년도로 정해졌고 증원 규모 또한 전국 의대 수요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현안협의체 이외 이미 교육부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의학계 단체들과 의대정원 관련 실무적 논의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오늘 양측 모두발언을 들어보면 이미 의대정원 확대는 상수가 된 상태로 보인다"며 "향후 의료현안협의체 논의에서 결정될 사항은 정원 확대와 더불어 추진될 지역필수의료 개선 대책이 어느정도 선이 될 것인지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