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보건복지부 장관)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세계의학교육협회에 한의사의 역할을 담은 복지부 장관 서한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병의협은 해당 서한 공개를 위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복지부는 서한 공개를 거절하고 항소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14일 "복지부는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세계의학교육협회에 보냈던 장관 서한을 공개하고, 의료인 면허 체계를 부정하는 친한방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의협에 따르면, 지난해 10월31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한의약 글로벌 헬스케어 정책기획 토론회'에서 한의대의 세계의학교육기관 목록(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 WDMS) 등재가 불발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서 한의협 부회장은 WDMS에 한의대를 등재시키기 위해 복지부 장관이 '한의사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까지 작성해 줬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병의협은 “한의사가 의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제기구에 서한으로 만들어 보냈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료법상 규정된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정부 스스로가 부정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복지부 장관이 보냈다는 서한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1월6일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병의협은 이런 사실을 지난해 보도자료를 통해 상세히 알렸으나, 복지부는 해당 서한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병의협은 해당 서한을 반드시 공개하게 하기 위해 지난해 12월24일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9월 5일 해당 소송에서 병의협이 승소했다.
병의협은 “재판부는 해당 서한의 공개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제2호 및 제7호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복지부가 내린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 내림으로써 원고인 병의협의 손을 들어줬다”라며 “재판 결과가 나왔으니 곧바로 해당 서한이 공개되기를 기다렸으나 복지부는 서한의 공개가 아닌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정보공개처분을 내렸던 명분이 1심에서 완전히 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승산 없는 항소를 결정한 이유는 시간을 끌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 들어서 추나요법 급여화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등 노골적으로 확대되는 친한방 정책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의료계의 합리적인 반박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당 서한이 공개되면 정부의 친한방 정책이 더욱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어떻게든 지금 시기만 넘겨보자는 생각으로 항소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병의협이 전체 행정소송 진행상황을 공개하는 이유는 최근 불거진 한의협의 문재인 케어와 첩약 급여화 거래 의혹 때문이다. 병의협은 “정부와 한의협과의 유착 관계가 어느 정도 드러난 가운데, 이번 복지부 장관의 서한이 공개되면 정부와 한의협의 유착 의혹은 더욱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병의협은 “정부가 해당 유착 의혹을 해소시킬 의지가 있고 병의협이 정보공개 청구한 보건복지부 장관 서한의 내용이 문제가 없다면 항소가 아니라 즉각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라며 “만약 정부가 해당 서한을 공개하지 않고 끝내 항소심까지 끌고 간다면 이는 이번에 불거진 한의협과의 유착 관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바른의료연구소와 함께 추나요법 급여화 고시 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과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모든 사이비 의료 행위를 퇴출시키기 위해 앞장설 것이며 이 중에서도 가장 먼저 정부의 근거 없는 친한방 정책을 분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