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유럽의약품청(EMA) 고위 인사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관련해 혈전증 부작용과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아직 EMA 공식 입장은 아니며 EMA는 성명을 통해 아직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설령 인과성이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백신 접종 중단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EMA 백신 전략 책임자인 마르코 카발레리(Marco Cavaleri)는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 언론인 '일 메사게로'를 통해 "혈전 부작용 사례는 극히 드물고 위험과 이익의 균형은 항상 백신에 유리하다. 그러나 이제 AZ 백신 접종과 혈전 사이의 결과가 관계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혈전 증상이 백신과 관련이 있는 것은 명백하다. 다만 백신의 어떤 성분이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지 분명치 않다. 조만간 EMA가 백신과 부작용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견해는 앞서 발표된 EMA의 공식 입장과 반대된다.
EMA 안전성위원회는 지난달 18일 혈전 부작용과 관련해 "백신을 접종했을 때의 이익이 위험성보다 크다"고 발표했다.
EMA에 따르면 영국과 유럽경제지역(EEA)에서 이 백신을 맞은 2000만명가량 가운데 혈전 사례는 469건, 매우 드문 형태의 혈전 발생 사례는 25건(파종혈관내응고 7건, 뇌정맥혈전증 18건)이었으며, 이 중 9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55세 이하 여성이었다.
에머 쿡 EMA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들 가운데 혈전이 보고된 사례는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수보다 낮았다. 특정 제조번호 제품이나 특정 생산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혈전을 유발한다는 증거도 없다"며 "AZ 백신이 혈전의 전체적인 위험 증가와 관련돼 있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카발레리의 견해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EMA는 곧바로 아직 검토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EMA는 카발레리의 견해에 대해 성명을 통해 "EMA 약물 감시 위험 평가위원회는 아직 백신과 혈전 부작용 사이의 관계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고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MA는 지난주 검토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혈전 부작용 사례에 대해 나이, 성별, 혈액 응고 장애 병력 등 같은 특정 위험 요소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향후 EMA가 AZ 백신과 혈전 부작용 간 연관성을 인정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게 될 시, 국내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백신 접종 계획 물량의 67%가 AZ 백신으로 공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과성이 입증되더라도 접종 중단은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다. 다만 파종성 혈관 내 응고나 뇌 정맥동 혈전증, 출혈성 뇌졸중 등 드문 부작용 사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설사 백신과 혈전 부작용의 인과관계가 밝혀진다고 해도 접종 중단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백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워낙 크고 현재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