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에너지인 ATP의 80% 이상은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에 의하여 생산된다. 특이하게도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는 자신의 유전체를 보유하고 있다.
ATP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는 활성산소에 대한 노출이 높아 세포핵에 존재하는 DNA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이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활성산소에 의한 미토콘드리아 유전체(mitochondrial DNA, mtDNA)의 변이 축적과 이로 인한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생산 저하는 노화과정의 중요한 기작(mechanism)으로 생각되며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미토콘드리아 유전병들 외에도 제2형 당뇨병, 심장 질환, 노인성 치매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일반 세포핵 속의 DNA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반씩 받아 교차를 통해 한 사람의 유전형질이 결정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교차가 일어나지 않아 어머니로부터만 유전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처음엔 세포 내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 등과 같은 세균으로부터 세포에 들어왔다는 미토콘드리아의 가설은 바로 이런 특징에 연유한다.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 – LHON)은 주로 20, 30대 남성들에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발병하는 질환이다. LHON은 뚜렷한 전조증상 없이 발병해 급속도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특별한 통증이 동반되지도 않기 때문에 알아채기 힘든 질병 중 하나이다. 눈 앞이 흐릿하고 뿌옇게 변하는 증상이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환자가 발병한 후 몇 개월이 지나면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1~2개월 정도의 간격을 두고 한쪽 눈에서 먼저 시작해 양쪽 모두 시력을 상실한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Mitotech이란 바이오텍 회사가 지난 4월 27일 LHON 임상 2상의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하였다.
임상에 사용한 SkQ1은 강력한 항산화제 plastoquinone에다가 미토콘드리아에 배달할 수 있는 전달물질을 붙여서 미토콘드리아에 생성된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디자인한 저분자 합성신약이다.
이번 임상에 등록된 환자들은 LHON 시작이 최소 1년부터 18년 사이이고,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11778 G to A, 3460 G to A and 14484 T to C)가 확인된 환자들이다. 20명의 환자들의 Best Corrected Visual Activity(BCVA)가 처음 6개월 투여한 후 평균 시력이 0.3 logMAR (시력판에서 세 줄 이상의 변화) 좋게 되었고 2년 동안 계속 투약하였을 때 이보다 더 좋아지게 되었다.
Mitotech은 임상 3상을 마치고 2019년에는 FDA 허가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해마다 LHON 때문에 시력을 잃게 되는 환자가 100명쯤 되며 이미 4,000명의 환자들이 존재한다. 전 세계에는 3,500 명 정도의 LHON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 임상의 중요한 의미는 환자 수가 적은 미토콘드리아 유전병들 외에도 제2형 당뇨병, 심장 질환, 노인성 치매 등 노화와 연결된 질환을 치료하는 약이 개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에너지 공장 미토콘드리아가 여러 질병의 타켓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좋은 전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