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프로포폴에 RFID 태그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는 등 수면마취제, 진통제와 같은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다.
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식약처의 마약류 의약품 관리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윤일규(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프로포폴 오남용 문제를, 김승희(자유한국당) 의원은 진통제 트라마돌 오남용 문제를 지적했으며, 신상진(자유한국당) 의원은 프로포폴에 RFID를 도입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철저히 관리하는 방안을 주문했다.
먼저 윤일규 의원은 식약처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년 동안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에서 하루 2번 이상 프로포폴을 투약한 사람이 16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2018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의원 및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하루에 2번 이상 프로포폴을 투약한 사람 현황을 받아 분석한 결과, 하루에 2번 이상 투약한 사람은 16만 736명이었고, 이 중에는 미성년자 382명, 60대 이상 고령자 4만 4688명 등 취약집단도도 대거 포함됐다. 1만 32명에서는 처방 사유도 없었다.
또한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서 2번 이상 투약 받은 사람 수도 6895명에 달했다.
윤 의원은 "한 사람이 오전에 A의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뒤 오후에 B병원에서 또 투약하는 일종의 습관성 투약으로 '프로포폴 쇼핑'이 강하게 의심된다"면서 "이런 식으로 하루에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서 5번 이상 프로포폴을 투약한 사람도 17명이나 됐다
"고 지적했다.
개인별 오남용 현황도 심각했다. 1년 사이 프로포폴을 가장 많이 투약한 사람은 265번이나 투약했으며, 총 투약량은 무려 9723ml였다.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투약한 셈이다. 투약 상위 100명의 가장 많은 진단명은 Z41(건강상태개선 이외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처치를 위하여 보건서비스와 접하고 있는 사람)으로 의학적으로 꼭 투약이 필요한 경우로 보기도 어렵다.
윤 의원은 "투약 상위 리스트만 뽑아도 이정도 나오는데 식약처는 개인 44명, 의원 24개 수사에 그쳤다. 하루에 서로다른 의료기관 돌아다니며 3회 이상 투약받은 인원이 700명인데 44명으로 수사를 끝냈다. 이는 의심 환자의 6%에 불과하다. 무엇을 근거로 관리하고 있는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프로포폴은 중독성이 강해 시술이나 수술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국한해 최소한으로 투약해야 한다.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의료계, 환자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식약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취급 사례를 보고받지만, 상습 투약자와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서 정작 관리는 안 한다.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중독자 양산을 절대 막을 수 없다"면서 마약류 오남용 예방을 위한 정부의 빠른 대책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신상진 의원은 의원급과 함께 동물병원에서의 프로포폴 관리 허점을 꼬집었다. 특히 동물병원은 질병코드도 없어 전반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마약류유통관리시스템이 미비해 DUR과의 차이가 435만건이나 된다고 했다.
신 의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코드가 아닌 RFID를 통해 유통 시스템 투명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과 유통을 철저히 관리해 새나갈 구멍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이의경 처장은 "RFID 도입을 검토하도록 하겠다"면서 "동물병원쪽 마약류 사용 사례를 면밀히 파악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상의해 진료과목별로 통계를 내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김승희 의원은 프로포폴 관련 마약류에 대한 식약처와 복지부의 합동 실태점검을 주문하며,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는 진통제 트라마돌 관련 질의를 통해 마약류 분류체계 개편 필요성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금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진통제 오남용 때문에 '총보다 더 무서운 진통제'라면서 신경을 쓰고 있다. 오피오이드 마약성 진통제 문제도 심각하지만 우리나라의 오피오이드 수용체 결합해 진통효과를 나타내는 진통제가 있다. 바로 트라마돌이다. 트라마돌은 굉장히 많이 팔리고 있고 대표적인 약물이 울트라셋이다"면서 "미국에서는 2014년 'Schedule IV' 마약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도 관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라마돌은 중증 및 중증도 급만성 통증에 사용되는 진통제지만 구조가 마약류와 비슷해 의존증이나 금단증상, 호흡억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마약성 진통제에 비해 의존성과 부작용이 낮다는 이유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으며, 국내 322개 허가 의약품에 트라마돌 원료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의약품안전관리원에 보고된 트라마돌 성분 약물 부작용 현황을 보면, 트라마돌 단일제가 총 3만 9000여건이었다. 연도별 보고건은 ▲2014년 6160건 ▲2015년 7364건 ▲2016년 8119건 ▲2017년 8731건 ▲2018년 8960건으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 의학계에서 트라마돌 제제에 대해 마약 사용력 유무에 관계없이 의존성 발현이 가능하고, 특히 장기간 사용자는 약물 의존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에서는 향정신성 의약품은 어디에서 추출했느냐에 따라 분류하지만 해외에서는 위험도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다시 개편해 좀 더 잘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마약류 지정에 대한 식약처의 보다 적극적인 검토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마약류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