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프랑스 의사들이 2026년 1월 10일 전후로 이웃 나라인 벨기에 브뤼셀로의 ‘상징적 망명(Exil à Bruxelles)’ 투쟁을 전격 선언했다. 프랑스 정부의 2026년 사회보장법(PLFSS) 예산안에 일부 의사들이 받는 추가적인 수가 항목인 ‘dépassements d’honoraires‘에 대해 종전보다 더 많이 과세하거나 규제하려는 ’조치‘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의료체계에서 의사들은 건강보험 체계에 가입할 수 있는데, ’섹터 2‘는 보험 기준 요율을 넘어 별도의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의사 직군들이다. 이 섹터가 규제받으면, 앞으로 더 많은 전문의들의 소득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저항의 표면적인 이유다.
이 같은 프랑스 정부 정책에 대해 다양한 프랑스 의사노조는 26년 1월 5일에서 15일간 파업을 결정한 바 있다. [관련 칼럼=수가 인상 제한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2026년 1월 초 프랑스 의사 파업 예고]
그중 벨기에 브뤼셀에서 집회를 열기로 결정한 것이 주목을 끈다. 이는 망명은 아니고,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브뤼셀은 유럽연합(EU)과 여러 국제기관의 중심 도시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좋은 곳이다. 프랑스 의사들은 정부가 프랑스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백안시하고 정책 결정에 있어서 제대로 논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결국 자국을 떠나 브뤼셀에서 의사들과 의료계의 의견과 입장을 부각시키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섹터 2‘의 재량권과 자율성(특히 초과 진료비 관련)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철회하거나 완화하라고 주장하고 요구한다. 그리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조정하려는 각종 정책에 대해 정부와 건강보험 기관 간의 협상과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의사들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료기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정부 영향력 확대를 지극히 경계하고 있다. 일부 법 조항이 현행 의료계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협의(convention)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보다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의료계 정부 통제 반발 이웃 나라 망명 파업 투쟁 정치권 압박
정부도 부담을 느꼈는지 최근 보건부 장관이 초과 진료비에 대한 과세 조치를 최종적으로 배제할 뜻을 밝히기도 했으나, 무너진 신뢰를 회복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약 2000명 이상의 의사들이 브뤼셀로 향하는 ’상징적 망명 파업‘에 등록했다는 보도가 있고, 또 일부 보도에서는 1500명 이상이 이미 망명과 파업 등록을 한 상태이며, 이는 앞으로 3000~4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더해 ’섹터 2 의사‘뿐만 아니라 외과, 산부인과, 마취과 등 전문 의료 분야 의사들과 일반의와 레지던트(인턴·젊은 의사), 그리고 일부 대학 병원 의사들도 동참 움직임을 보인다.
프랑스를 위시해 의사 파업이 일상화된 유럽에서 ’의사 파업‘은 단순히 진료 중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선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구조적 운동이고, 의사들이 프랑스 보건 의료 체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안전성에 대한 보호를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 이 운동은 단 하나의 노동조합과 단체만의 움직임이 아니라 여러 의사단체와 연합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규모와 세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파업에 대한 사안이 더욱 증폭되기 시작한 것은 현재 정부의 조치는 ’섹터 2 의사‘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사실상 ‘수가 상한선’을 강제하려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은 ‘섹터 2’ 분야로 촉발됐지만, 다음은 ‘섹터 1의 의사’와 병원 의사들로 확대될 수 있고, 종국에는 ‘자유 개원(libéral)’ 모델이 ‘공무원형 의료’로 전환될 위험이 보이기 때문이다.
즉, 이번에 의사단체가 정부 정책에서 물러나면, 앞으로 의사단체의 협상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구조적 위기의식이 파업의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굳이 파리가 아닌 벨기에 수도인 브뤼셀로 장소를 변경한 이유는 이미 프랑스는 파업 시위가 일상화돼 있어 정부와 언론, 그리고 국민 모두 의사 파업에 대한 피로도가 매우 높아 파리에서 시위만으로는 더 이상 정치적 충격이 약해 보이고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 통제 개입으로 수익 감소 자율성 침해 등 “어쩔 수가 없다”는 위기의식 고조
브뤼셀은 EU 집행위원회를 비롯해 유럽 의회와 각국의 로비 단체의 중심지여서 프랑스 의료 정책은 유럽 기준에서도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널리 공표하기에 좋은 장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망명’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시위를 넘어 국가가 전문가를 몰아내는 상황임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의사 등 국가의 핵심 전문직이 ‘망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프랑스 정치에서 매우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강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파업 참가자 규모가 2000~4000명 규모는 프랑스 전체 의사 수 대비 소수지만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외과, 마취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등 병원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핵심 분야이다. 외과가 응급 외 수술을 중단하면 수술 대기 리스트의 폭증과 함께 병원 수익이 급감하여 비록 소수지만 ‘시스템을 멈출 수 있는’ 막강한 힘이 있어 보인다.
심각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완전 후퇴도, 그렇다고 정면 돌파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프랑스 의사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안감은 프랑스의 수가가 유럽 평균치보다 낮고 의료의 자율성도 점점 축소된다는 점이다. 프랑스가 이웃 독일과 벨기에와 자주 비교하며 언급하고 있는데, 독일은 공보험과 민간 보험이 병존하고, 추가적인 수가를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으며 정부의 통제도 아직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벨기에도 혼합형 보험 운영 방식에 추가적인 수가 적용도 사실상 자유로운 편이다. 이런 이유로 실제 불어권인 벨기에로 이주한 프랑스 의사도 많다고 한다. 독일은 민간 보험(PKV) 환자를 진료하면 공보험 수가 수준의 2~3배를 지급해 외과와 마취과의 소득 안정성이 매우 높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의사들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프랑스만 유독 통제만 강하고, 보상은 약하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자율권과 생존을 위한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프랑스 의사들이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의료 수가제도와 구조화된 정부의 통제를 보면 과연 무엇이라고 표현하고 얘기할지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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