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계의 거센 반대 속에 환자 안전과 의료행위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도입된 수술실 CCTV 제도가 시행 3년차를 맞았지만, 실제 촬영률은 4%에 그치며 제도 도입 당시 기대했던 실효성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환자 상당수가 수술실 CCTV 촬영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의료계가 제도 도입 당시부터 우려해 온 환자-의료진 신뢰 훼손, 영상 유출에 따른 법적 책임, 전공의 수련 위축 우려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수술실 CCTV 운영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연구책임자 이나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건의료연구팀 부연구위원)를 발간했다.
수술실 CCTV 시행 3년차에도 촬영률 4%…수술실 CCTV, 환자 인지도 49.5%
수술실 CCTV 제도는 환자 안전 강화와 의료행위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전신마취 또는 수면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는 수술에 대해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한 제도다.
의료계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1년 9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설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2023년 9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실제 활용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 수술실 CCTV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경과했음에도 실제 촬영률은 4%에 불과했다.
보사연이 최근 2년 이내 전신마취 또는 의식하진정으로 수술 경험이 있는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수술실 CCTV 제도 인지도는 49.5%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실제 수술실 CCTV를 촬영한 경우는 18.5%에 불과했고, 촬영 여부를 모른다는 응답은 55.7%로 과반을 차지했다.
CCTV 촬영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안내를 받지 못함’이 33.5%, ‘제도를 몰랐음’이 28.1%로 상위를 차지했다. 병원 정보 제공에 대해서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했으며, 정보 제공이 미흡했던 사항으로는 ‘안내받지 못함’이 52.8%로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현재 의료기관들이 병원 게시판 안내문 부착, 환자 문의 시 설명, 수술 동의서에 형식적으로 포함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를 안내하고 있지만, 현행의 소극적인 고지 방식 자체가 제도의 실질적 활용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건서도 녹화는 1건뿐…“CCTV가 억제 장치 아닌 회피 대상으로 작동”
실제 사건에서도 수술실 CCTV가 제도 도입 취지대로 작동하지 못한 사례가 확인됐다.
보사연은 2023년 9월 25일부터 2025년 9월 30일까지 네이버 뉴스에 보도된 기사 1103건을 수집한 뒤 최종 12건의 핵심 사건을 분석했다. 사건 유형은 사망·중상 의료사고, 대리수술·무면허 의료행위, 의료기관 내 성범죄, 법적 분쟁 등이었다.
이 중 CCTV 설치 여부가 확인된 11건 가운데 CCTV가 설치된 사례는 7건이었지만, 실제 녹화가 이뤄진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환자 요청 누락, 병원 내부 소통 오류, 안내 미흡 등의 이유로 녹화되지 않았다.
특히 일부 대리수술 사건에서는 “CCTV 녹화 요청이 없을 때만 불법행위를 했다”는 진술이 등장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CCTV가 억제 장치가 아니라 회피 대상으로 작동한 현실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판례 분석에서도 CCTV의 역할은 주로 사후 증거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2021년 9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선고된 수술실 관련 의료분쟁 판례 154건 중 단계적 선별을 거쳐 28건의 고유 판례를 최종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체 판례의 57.1%에서 CCTV가 언급됐고, 특히 환자추행·성범죄 사건에서는 100% 언급됐다. 보고서는 이 부분에 대해 “강력한 범죄 입증 수단으로 기능함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CCTV는 대부분 사후적 증거 수단으로 사용됐으며, 실시간 예방이나 분쟁 사전 차단 효과는 판례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의료진 72% “신뢰관계에 부정적”…전공의 수련 위축 우려도 제기
이처럼 수술실 CCTV 제도가 법 도입 당시 취지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의 우려는 여전했다.
수술 관련 진료과 의료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 의료진이 근무하는 기관의 수술실 CCTV 설치율은 93%였다. 제도 인지도 역시 평균 4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제도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의료진의 72%는 수술실 CCTV가 환자-의료진 간 신뢰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의료진의 신중함과 집중도, 의료서비스의 전반적 질, 의료진 간 소통 및 협력 항목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의료분쟁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의료진은 회의적이었다. 현 제도에 대한 의료진의 전반 만족도는 평균 2.27점으로 낮았고, ‘불만족’ 또는 ‘매우 불만족’ 응답이 56%로 과반을 차지했다.
효율적 제도 운영을 위해 가장 시급한 지원사항으로는 ‘의료진 법적 책임 범위의 명확한 명시’가 40%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돌발상황 시 운영 방침, 환자 안내 의무사항의 세부 기준 제시 등이 뒤를 이었다.
의료진 인터뷰에서도 제도 도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면접조사에 참여한 의료진 중 70%는 2023년 9월 설치 의무화에 맞춰 CCTV를 도입했으며, “의무화가 아니었다면 도입 가능성은 없거나 매우 낮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의료기관 내부 반응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부정적 의견이 다수였으며, 제도 도입의 목적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컸다”고 밝혔다.
주요 우려사항으로는 CCTV 촬영으로 인한 집중력 분산, 일부 비윤리적 의료행위 사건으로 인해 전체 의료기관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다는 불쾌감, 수술 장면 촬영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의문 등이 언급됐다.
전공의 수련 문제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전공의 수련 교육에 대해서는 인터뷰 참여 의료진 전원이 부정적 영향을 예상하였으며, 전공의의 수술 참여 자체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향후 의료 환경에 미칠 영향으로는 데이터 관리와 보관 문제, 의료서비스 질 하락이 다수 언급됐다. 특히 보안 사고 발생 가능성, 영세한 의료기관의 추가 비용 부담, 전공의 수술 참여 기회 감소에 따른 교육의 질 하락 등이 우려됐다.
다만 수술실 CCTV가 의료진 보호 수단으로 기능한 사례도 있었다. 보고서는 판례분석 결과 “수술실 CCTV 영상이 증거로 활용된 3건의 사례에서 2건의 성추행 사건과 1건의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 모두에서 의료진에게 무죄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수술실 CCTV가 환자 보호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방어적 권리 보장 측면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본 연구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제도의 찬반 논쟁이나 법적 정당성 평가가 아닌, 이미 시행 중인 제도의 실제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현 체제 내에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실무적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가 제도 운영 자체를 성과로 단정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되며,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수술실 CCTV 제도는 환자 안전과 의료 투명성 강화라는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낮은 촬영률과 낮은 환자 인지도, 의료진의 지속적인 우려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보고서는 “수술실 CCTV 제도는 단순한 촬영 장비 설치를 넘어 한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들과 깊이 연관된 복합적 사안”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