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의사 주홍글씨 법. 차라리 이국종 교수를 탄핵하라

    선한 의도로 포장된 법안이 초래할 미래

    [칼럼] 노동훈 편한자리의원 원장 비뇨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26-08-18 09:06
    최종업데이트 2026-08-18 09:0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비례대표 의원이 의료사고 이력을 공개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며 논란이 있다. 해당 의원은 의료계의 격렬한 반발과 우려에도, SNS를 통해 입법 의지를 펴고 있다. 환자의 알 권리와 안전이라는 명분은 좋다. 그러나 법안이 담고 있는 파급력을 살펴보면, 이 법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의료사고 이력자’라는 비난의 표적이 될 사람은 이국종 교수를 포함한 필수·중증의료 의료진일 것이다.

    의사들에게 입히는 ‘주홍글씨’

    이국종 교수가 담당했던 중증외상 환자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겨우 목숨을 붙잡고 닥터 헬기로, 구급차로 응급실로 오는 이들이다. 응급 수술과 처치 과정에서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은 진료 영역의 구조적 한계이자 현실이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사에게 결과론적 치사율이나 불가항력적 사고 이력을 공개해 '주홍글씨'를 새긴다면 어떻게 될까. 중증외상 의료진은 환자를 위한 골든타임을 다투는 대신, 의료 소송과 신상 공개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변호하는 데 시간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함께 일하는 의사들의 반응이다.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 하나로 밤을 새고 고된 시간을 견디던 젊은 의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최선을 다해도 환자가 나빠지면 사고 이력이 남아 의사 인생이 끝난다”는 공포를 경험할 것이다. 중증 외상, 응급의학, 소아외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를 떠날 것이다. 의사는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건을 잊지 않는다.

    도덕적 우월감과 개인적 경험이 만든 비극

    정치적 올바름(PC), 도덕적 우월감, 혹은 특정한 개인의 경험이나 감정에 기반하여 법을 제정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의료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법조계와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도 유사하다. 형사사법 제도의 미비점을 개혁하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복잡한 수사 구조와 피해자 구제 절차에 대한 고민 없이 추진된 결과는 어떠한가. 수사 지연, 범죄 대응력 약화, 그리고 그로 인한 민생 사건 피해자들의 고통 가중이라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의료사고 이력 공개도 마찬가지다. ‘환자 보호’라는 도덕적 명분만을 앞세워 현장의 특수성과 의료 행위의 본질을 무시한 채 입법을 강행하면, 그 피해는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중증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소송이 두려워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는 ‘방어 진료’가 일상화되고, 필수의료 인프라가 붕괴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필수의료를 살리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입법자가 자신의 도덕적 당위나 신념에 갇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할 때, 법은 정의를 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파괴하는 무기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사들에게 주홍글씨를 새겨 위축시키는 처벌 위주의 입법이 아니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체계, 중증 응급의료진에 대한 법적 안전망, 형사처벌 위험을 줄이는 제도가 필요하다. 선한 의도로 포장된 정치가 의료 현장의 보루를 무너뜨리지 않기를, 그리고 정치권이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고민하기를 촉구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