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장기‧조직 기증 건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기증 등록을 희망했다가 취소하는 건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장기매매 사이트 적발 건수는 최근 6년간 1000건이 넘어 장기·조직 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장기기증과 조직기증 건수가 2016년 941건, 2017년 688건, 2018년 22건, 2019년 620건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에 따라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2016년 30,286명에서 올해 6월 41,262명으로 10,000명 넘게 늘어났으며 그 중 신장 이식 대기자가 25,614명으로 60%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장기이식 대기자들의 평균 대기기간도 2016년 약 4년 3개월(1551일)에서 올해 6월 3년 4개월(1952일)로 4년 사이 1년 넘게 늘어났으며, 그 중 안구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대기기간이 8년 1개월(2,939일)로 가장 길게 나타났다.
최 의원에 따르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봐도 장기기증을 하는 사람의 숫자가 적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기기증이 활성화돼 있는 스페인의 경우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5배 가까이 되는 인원이 뇌사기증을 했으며, 인구 100만 명당 뇌사기증자 수를 나타내는 뇌사기증률이 6배 가량 높았다. 미국, 이탈리아, 영국, 독일도 우리나라에 비해 뇌사기증률이 많게는 4배 이상 높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이 가능한 사람 중, 실제 장기기증에 동의한 사람은 얼마나됐을까?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장기기증 동의율은 2016년 52.71%에서 2017년 42.88%, 2018년 36.54%, 2019년 33%로 해마다 감소했고 조직기증 동의율은 최근 3년간 10%대에 머물렀다.
기증을 하기 위해 기증희망등록을 했다가 기증을 ‘취소’하는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기증 취소 건수는 2015년 1181건에서 2019년 5124건으로 4배 넘게 증가했고, 최근 5년간 그 숫자를 모두 합쳐보면 1만7275건이었다.
기타를 제외한 사유 중에서는 ‘본인변심’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해마다 장기기증 건수는 감소하고 기증을 취소하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불법 장기매매는 여전히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지금도 지하철, 터미널 화장실에서 불법 장기매매 부착물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sns와 온라인 상에서도 불법 장기매매 관련 게시글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불법 장기매매 위험에 노출된 상황”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불법 장기매매 사이트 적발 건수는 총 1333건으로 나타났으며, 2018년도의 경우 한 해에만 564건이 적발됐다.
최 의원은 “장기이식 건수가 감소하고 이식대기자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증취소’ 사례가 늘어나고 불법 장기매매가 여전히 만연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라며 "생명 나눔의 가치 등에 대한 대국민 관심을 유도하고 기증희망등록이 실제 기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증희망 등록자 관리 및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불법 장기매매와 관련해서는 적발된 건수보다 실제로 더 많은 불법 장기매매가 어두운 곳에서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매매의 경우 장기매매를 빙자한 사기, 성범죄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적발 시 엄중한 조치를 통해 장기매매가 우리 사회에서 근절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