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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으로 '의사 형사 면책'?…응급실 의사들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은 최악의 개악"

    중대한 과실 예외 조항이 방어진료 조장…의료사고심의위는 전문성 우려돼

    기사입력시간 2026-03-31 12:56
    최종업데이트 2026-03-31 12:5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발생하더라도 일부 요건을 충족하고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의사의 기소를 제한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응급실 의사들이 해당 법안에 대해 "사법리스크 해소와 완전히 거리가 멀다"며 오히려 규탄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31일 성명을 통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실질적 내용은 오히려 후퇴했음에도,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포장한 기만적인 법안"이라며 "의사회는 이를 '형사 면책'이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은 최악의 개악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중대한 과실 예외 조항'은 방어진료를 조장하는 치명적 함정이다. '중과실이 없을 때'만 형사기소를 면제한다고 명시했지만, 무엇이 중과실인지에 대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환자 측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중과실로 몰아갈 것이며, 경찰과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는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책임보험이나 공제 가입을 의무화하고 손해배상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형사 면책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폭력적이다. 감옥에 가지 않으려면 사비나 보험금으로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물어주라는 협박일 뿐"이라며 " 배상 책임을 국가는 빠지고 현장의 의료진과 의료기관에만 떠넘기는 구조는 결국 연쇄적인 진료 축소와 필수의료 기피 현상만 가속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응급실 의사들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현실적이지 않고 매우 회의적이다. 사법체계가 아닌 행정체계가 의료행위의 과실을 1차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또한 현장을 잘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들이 심의과정에 개입해 의료진의 선의를 맥락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단죄하
    고 재단한다면 사법적 혼란은 극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조건부 기소유예라는 본질을 외면한 미봉적 타협을 단호히 거부한다. 선의의 필수의료에 대한 100% 형사 책임 면제와,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주도의 전면적 보상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필수의료는 결코 소생할 수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면,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에 대해 국가가 전적으로 배상 책임을 지는 '무과실 보상체계'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과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액 지급, 책임보험 가입, 의료사고 설명의무 이행 등의 요건을 충족하고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기소를 제한하는 특례가 적용된다.

    개정안에서 정한 중대한 과실이 있는 의료행위는 ▲동의 내용과 다른 수술 시행 경우 ▲ 설명·수술 동의 미이행 ▲진단·모니터링 미이행 ▲안전관리 의무 위반 ▲의료행위를 전공의 또는 다른 보건의료인에게 위임한 후 지도ㆍ감독을 하지 아니한 경우 등 12가지로 정의됐다.  특히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에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필수의료 행위 여부와 중대한 과실 여부 등을 심의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