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인 산모가 한약을 복용할 경우 태아와 산모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할 부처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근거 중심 의료 실현을 목표로 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바른의료연구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난임치료용 한약의 안전성을 관리감독하는 부처가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은 정부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3월 대한의원협회는 '태아와 산모에 위험한 한약이 처방된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의원협회는 국내외 논문을 분석한 결과 임신 중 많이 복용하는 한약의 한약재 상당수(백출, 감초, 인삼, 안태음 등)가 조산, 선천성 기형, 인지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자 의원협회는 "태아와 산모에 위험한 한약성분이 포함된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보건복지부에 "국내외 연구와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임신중 한약을 복용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해당 한약과 한약재를 지정하는 정부 부처가 없다"면서 보건복지부가 이 업무를 맡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이 민원을 즉각 식약처로 이송했고, 식약처는 또다시 보건복지부로 재이송하는 등 3일간 3차례에 걸쳐 서로 책임떠넘기기식 핑퐁게임을 했다.
결국 두 부처가 모두 민원에 답변했는데 내용은 황당했다.
보건복지부는 "한약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및 독성 의약품 지정 등은 식약처 소관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식약처는 "한방의료기관의 난임 및 임신 유지 치료의 안전성·유효성을 검토하거나 인정한 바 없으며, 지원을 위한 연구사업 등을 발주한 바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다시 말해 난임 및 임신 유지용 한약의 경우 식약처의 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관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결국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모두 임신중 복용하는 난임 및 임신 유지 한약의 안전성 문제를 다루는 소관 부처가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두 부처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임신중 한약을 복용하면 조산 위험이 증가하고, 태아에게 선천성 기형이 발생할 위험이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할 정부 부처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바른의료연구소는 새정부가 임신 중 복용 한약의 안전성 문제를 다룰 소관 부처를 조속히 정리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