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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면증 치료, 약보다 CBT-I 우선”…디지털 치료제로 1차 의료서 현실화

    시간·인력 한계로 어려웠던 CBT-I…김영찬 교수 "개원가에서도 다양한 환자에 폭넓게 사용 가능"

    기사입력시간 2026-05-04 08:40
    최종업데이트 2026-05-04 08:40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불면증 치료의 1차 치료로 권고되는 인지행동치료(CBT-I)가 디지털 치료제 도입으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치료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불면증이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인식되면서, 1차 의료에서도 단기 증상 완화 중심의 약물 치료에서 벗어나 행동·인지 기반 치료로의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영찬 교수는 지난 29일 ‘불면증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와 디지털 치료제의 가능성’ 웨비나에서 발표하며 1차 의료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통한 CBT-I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불면증, 우울·심혈관·대사질환까지 영향…불면증 치료 1순위는 ‘CBT-I

    불면증은 흔하지만 방치될 경우 다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건강 문제다.

    김 교수는 “불면증은 단순히 낮 동안의 피로에 그치지 않고,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심혈관계, 대사계, 면역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호르몬 불균형, 인슐린 저항성 증가,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면 부족은 면역 기능과 인지 기능 저하와도 연관된다”며 “환자를 가장 먼저 만나는 1차 의료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인구의 약 30~48%가 불면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약 45%는 10년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현재 주요 국제 가이드라인은 만성 불면증 치료의 1차 치료로 인지행동치료(CBT-I)를 권고하고 있다.

    CBT-I는 ▲수면 위생 교육 ▲자극 조절 ▲수면 제한 요법 ▲이완 및 인지 치료 등을 포함한 다요소 치료로, 불면증을 지속시키는 행동·인지 요인을 교정하는 데 초점을 둔다.

    김 교수는 “불면증은 잘못된 수면 습관과 ‘오늘도 못 잘 것’이라는 불안이 악순환을 만들며 만성화된다”며 “CBT-I는 이러한 유지 요인을 직접 교정하는 치료”라고 설명했다.

    다만 CBT-I는 실제 임상에서 시행이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로 꼽힌다. 환자의 수면 일기 작성, 지속적인 상담, 행동 교정 등 많은 시간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수면 일기를 바탕으로 매주 분석하고 행동을 교정하는 과정은 외래 환경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국내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CBT-I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약물만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불면증 치료에서 약물은 단기적인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행동·인지적 요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증상이 지속되거나 재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CBT-I 등장…“1차 의료에서도 치료 접근성 개선”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디지털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CBT-I는 모바일 기반으로 인지행동치료를 구현해 환자가 스스로 치료 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허가받은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슬립큐(SleepQ)’를 소개했다.

    슬립큐는 6주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권장 취침·기상 시간(Time in Bed)’을 제시하며 행동 교정을 유도한다. 특히 CBT-I의 핵심 요소인 수면 제한 요법을 자동화해 환자가 보다 쉽게 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임상 연구에서는 ▲수면 효율 개선 ▲불면증 심각도 감소 ▲수면 관련 역기능적 사고 감소 등의 효과가 확인됐다.

    김 교수는 “슬립큐는 단순한 수면 관리 앱이 아니라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라며 “약물 치료와 병행하거나 대체 치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슬립큐와 같은 디지털 치료제가 특정 환자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불면증 환자에게 적용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중증 정신질환이 동반된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불면증 환자에서 CBT-I는 적용 가능한 치료”라며 “디지털 치료제 역시 만성 불면증 환자는 물론 갱년기 환자, 수면제 복용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싶은 환자 등 폭넓은 대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는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기 어려웠던 1차 의료기관에서도 디지털 치료제를 활용하면 비교적 쉽게 CBT-I를 적용할 수 있다”며 “개원가에서도 충분히 처방 가능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불면증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약물 사용 여부가 아니라 환자의 수면 행동과 인지 패턴을 교정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치료제는 이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