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구 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3년차가 초진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기소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응급의학회 내부에서 중도에 포기하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단독] '응급실 뺑뺑이' 경찰수사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기소 가능성 높아]
가뜩이나 코로나19를 겪으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실을 많이 떠났는데 최선을 다한 전공의가 기소되자,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올해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85%였는데, 내년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응급의학과 지원자가 있다는 곳을 찾기가 드물 정도다"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관계자는 "예년부터 응급의학과 지원자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올해는 더 심해진 상태다. 우리 병원도 지원자가 아예 없다"며 "매년 전공의를 구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비관적인 적은 없다. 사건이 보도되면서 내년에는 사람을 못 뽑을 수도 있겠다는 각오마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젊은의사협의체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일산동국대 응급의학과 이경민 임상조교수는 젊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암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전공의는 아직 응급의학과 의사는 아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당하고 보니 전공의들로부터 응급의학과의 비전이 사라졌다는 막막함에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이 조교수는 "다른 과도 마찬가지지만 응급실은 당장 인원이 비면 기존에 있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코로나 때 너무 힘들어서 지원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마저 터니까 젊은 의사들을 응급의학과 지원하도록 유인하기는 커녕 오히려 밀어내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 의사들은 특히 경찰이 진료조차 하지 않고 환자를 돌려보낸 다른 병원 의사들은 문제삼지 않으면서 오히려 환자를 대면해 최선의 치료를 하기 위해 노력한 A씨에게만 죄를 묻는 것을 보며 자괴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이 조교수는 "이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방어 진료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환자 진료에 소극적이 되고, 중증환자를 보려고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면 결국 환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의사 역할 부정…응급실 의료 공백 우려
결국 힘들게 쌓아 올린 응급의료체계를 송두리째 흔들 것이라는 것이 응급의학계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계기가 돼 1995년에야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선발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 의사사회는 응급실에서만 근무하는 응급의학과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응급실에 근무하며 응급실 내원 환자의 중증도 분류, 1차 진단 및 거취 결정은 물론 상태가 나쁜 중증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시행함으로써 초기 처치를 진행하는 응급의학과의 역할이 점차 인정을 받았다.
특히 응급실 문턱이 매우 늦은 우리나라는 다양한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데, 응급환자를 제일 먼저 만나는 응급의학 의사들이 최소한의 처치와 분류를 수행함으로써 경증환자 중 중증환자를 찾아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김호중 응급의학과장은 "이번 사건으로 젊은 의사들의 응급의학에 대한 기피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해당 전공의가 정말 기소될 경우 응급의학과를 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응급의학과가 없던 시절에는 모든 응급환자를 다른 과가 봤다. 하지만 머리만 보고, 뼈만 보는 전문과 의사들로는 응급환자의 적절한 초기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래서 응급의학과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어렵게 세팅해 놓은 응급의료체계가 이번 사건으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응급실이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과의 협조가 중요한데, 이 부분은 게이트키퍼인 응급의학과 의사가 조율할 수 없다. 병원의 상황에 따라 환자의 치료에 최선의 방법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응급의학 의사만 비난을 받는 사태는 응급의학을 부정하는 것과 같으며 응급의료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A씨는 당시 119구급대의 제한적이고 다소 오류가 포함된 초기정보 아래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렸으나, 환자 사망이라는 악결과에 대해 고의성이나 의학적 결함 등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응급의학회 류현호 공보이사(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역시 "응급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응급의학 의사의 권한을 인정하고 신뢰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으로 이 부분이 무너질까 두렵다"며 "응급실을 유지 하는데 응급의학의사의 공이 있다. 누구나 응급실을 지킬 수 있으나 야간과 공휴일에 응급실을 지키려는 의사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류 공보이사는 "이렇게 대학병원에 남으려는 젊은 의사가 사라지면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오는 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 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야간 당직과 주말에 근무하며 응급환자의 초기 진료를 담당할 응급의학과가 사라지면 단연 다른 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간다"고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