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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련의 보호하려면 제약윤리 교육하라

    기사입력시간 2015-02-16 07:08
    최종업데이트 2016-05-12 14:58

    (△대구가톨릭의대의 제19회 졸업생 히포크라테스 선서식 모습. 이 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무관합니다.)
     

    막내의 여고 졸업식에 다녀왔다. 그런데 졸업이 끝이 아니란다! 외국 아이들은 고교 졸업과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학교를 졸업한 내 딸의 독립은? 말도 안된다. 밥짓기, 다림질, 빨래 등 의식주를 포함한 사회 생활에 필수적인 '생존기술'이 거의 백치수준이기 때문이다.
     

    대입공부에 내몰리느라 동사무소나 은행 한번 가 본일이 없다. 어렵고 복잡하고 거기에 별 쓸데도 없는 공부를 십수년간 하느라 정작 사람 사는데 꼭 배워야 할 내용은 늘 뒷전이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전문직업 과정인 전공의 수련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면?
     

    의사의 공부는 평생 지속되는 것이지만 수련의사 시기는 전문직업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지식과 술기, 그리고 예절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기간이다.
     

    한국에서 제약회사와 의사들간의 관계는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논쟁의 단골 소재이고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된지 벌써 5년째이다.
     

    선배가 알려준 대로 처방의 대가를 챙기다 덜미를 잡혀 그 아까운 의사면허를 날려버린 공보의, 제약사가 제안한 동영상 강의에 임했다가 영문도 모르고 범죄인이 된 동네의원 원장님,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의 압박수사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유명을 달리한 동료의 이야기들이 연이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작금의 대한민국 의료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내과 전공의 4년차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의하면, 수련의국에 제약회사와의 관계 윤리규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11%에 불과하였고 수련기간 중 관련 교육을 받은 경우도 10%를 넘지 못했다.
     

    당연히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하여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는 전공의는 14%에 불과하였다(정유석, 수련의사들에 대한 제약회사 마케팅의 범위 및 영향. 한국의료윤리학회지 2014).
     

    학생 때부터 인턴과 전공의 수련까지 십수년 동안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업, 실습, 세미나, 집담회를 통과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생존지식은 배우지 못한 것이다.
     

    가르칠 자료가 없다고?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조금만 둘러보면 교육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이나 사례집 등 자료는 얼마든지 있다.
     

    작지만 꼭 필요한 한국의료윤리학회가 오랫동안 다듬고 또 다듬은 지침과 자료집, 교과서가 나와 있고, 제약의학회나 다국적의약산업협회 같은 관련 단체의 공정경쟁규약 등도 웹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핑계라면 현재의 수련프로그램 교육자들조차도 이런 내용을 배워본 적이 없다는 것이리라.

     

    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수능 0.1% 내외의 최고인재들을 제자로 받았다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 정도는 마련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늦었지만 수련병원, 의과대학, 의사협회, 의학계, 관련 학회가 함께 의료계의 미래인 수련의들을 위한 표준화된 제약윤리규정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실천하는 일을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단국의대 의료윤리학/가정의학 정유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