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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크 증가·모달리티 확장으로 '혼자' 개발 시대 끝났다…제약·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재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협업' 중심으로 연구개발 역량 키운다…ABL바이오·휴온스·HK이노엔, 전략은?

    기사입력시간 2025-11-27 07:32
    최종업데이트 2025-11-27 07:32

    ABL바이오 정진원 이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연구개발은 제약·바이오기업의 핵심이지만, 수조원의 개발비용과 낮은 임상 성공 확률로 국내 기업이 빅파마처럼 막대한 비용을 R&D에 투입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항체·저분자·유전자·세포 등 모달리티가 다양해지면서 한 기업이 모든 요소기술을 보유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많은 기업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와 협력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ABL바이오와 휴온스, HK이노엔은 26일 서울바이오허브에서 개최된 '2025 서울 바이오·의료 오픈콜라보'에서 각사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ABL바이오 정진원 이사는 기술이전, 기술도입, 공동연구 등을 통해 모달리티 확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최근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기반으로 사노피, GSK, 일라이릴리에 기술을 이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플랫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정 이사는 "컨셉 수준이던 BBB 셔틀을 비임상에서 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딜을 만들었다. 서로 가진 기술을 연결해 완전히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것이 공동연구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랩바디T(Grabody-T)를 활용해 유한양행과 초기 물질을 기술이전을 추진했다. ABL바이오가 초기 항체 의약품 후보물질을 제공하고, 유한양행이 비임상·임상 역량을 보태는 구조다.

    ADC 개발 과정에서는 외부 기술을 도입했다. 자체 접합 기술인 NTERM만으로는 페이로드 특허와 CMC(제조·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에 회사는 레고켐바이오의 페이로드·링커 기술을 도입하는 등 개발 체계를 보완했다.

    정 이사는 "항체와 항체를 붙이면 이중항체가 되고, 항체에 저분자를 붙이면 ADC가 된다. 물질은 하나지만 항체·페이로드·링커가 모두 필요하다. 이는 한 회사가 모두 해결하기엔 개발 부담이 크다. 신약개발이라는 높은 벽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 넘어야 한다"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사는 노블 타겟, 차세대 ADC, siRNA 등 다양한 모달리티 확장과 함께 근육·비만 등 대시장 적응증 진입도 준비하고 있다. 정 이사는 "타겟·모달리티·적응증 확장을 동시에 추진할 것"이라며 "초기 파트너에게 우리의 경험을 공유해 서로의 시야를 넓히는 오픈이노베이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휴온스 음현애 이사

    휴온스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내부 완결형 R&D 한계를 보완하며 실질적인 성과 중심의 협업 구조를 쌓아왔다.

    휴온스 음현애 이사는 "휴온스는 2013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 전담 조직을 운영해왔다"며 "전문의약품, 바이오, 에스테틱,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 그룹 전체 성장을 협업으로 넓혀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2년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안구건조증 점안제 '클레이셔'를 공동개발했으며, 2014년 국내 허가를 취득하고 2020년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프로바이오틱스 '메노락토', 펩타이드 신약 'HUC1-934', 표적항암제 'NSCLC 항암제' 등이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공 사례로 소개됐다.

    그는 신약개발 비용 상승, 개발기간 장기화, 혁신 기술 생성지의 변화 등을 이유로 "중견기업은 더 이상 내부 완결형 R&D로는 생존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빅파마처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할 수 없고, 모든 리스크를 내부에 쏟기 어렵다. 외부 혁신 기술을 내부 상업화 역량과 결합하는 브릿지형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휴온스는 ▲라이센싱-인 ▲공동개발 후 아웃라이센싱 ▲지분투자 ▲초기 공동연구 등의 협업 모델을 활용하고 있으며, 스카우팅, 심층평가, 협업착수로 이어지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연간 150건 이상의 기술을 스카우팅하고, 이 중 일부가 내부·외부 전문가 평가를 통과해 실제 협업으로 이어진다. 회사는 과학성, 모달리티 적합성, CMC 실현 가능성, 상업화 가능성 등을 정밀하게 점검해 기술을 선별한다.

    음 이사에 따르면 휴온스의 핵심 스카우팅 영역에는 항체·이중항체·펩타이드·RNA·지속형 주사제 등 다양한 모달리티가 있다. 검토 질환은 대사질환, 비만, 항암, 섬유화, 신경계, 면역질환 등이다.

    음 이사는 "우리는 기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상업화 가능성을 함께 본다"며 "리스크를 분산하고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휴온스 오픈이노베이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HK이노엔 손수경 팀장

    HK이노엔은 내부 강점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는 소화, 자가면역, 만성질환, 항암 분야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초기 디스커버리 단계 협력 통한 물질 도출 가속화 ▲개발역량 활용한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사업화 추진 ▲국내외 파이프라인 기술 도입·확대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HK이노엔 손수경 팀장은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백신, 제형기술이라는 내부 강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단계나 모달리티를 가리지 않고 국내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영역부터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사는 와이바이오, 동아에스티, 스파크바이오파마와 개발물질 확보를 목표로 공동연구를, 카인사이언스와는 임상단계의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와이바이오는 하체 디자인과 제작, 평가를 담당하고, HK이노엔은 약효 평가와 비임상단계 개발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면역관문억제제 HLA-G 신약 후보물질 등을 발굴했다. 동아ST는 물질 디자인과 물질 평가를 맡고, HK이노엔은 물질 약효를 평가해 EGFR 변이 타겟 차세대 EGFR 분해제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했다.

    현재 HK이노엔은 소화, 자가면역, 만성질환, 항암분야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운영 중이며, 향후 면역항암, 희귀질환, mRNA 기반 백신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손 팀장은 "기존 소화기 중심 파이프라인을 면역항암과 희귀질환으로 확장하고, 백신은 mRNA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파이프라인을 넓혀가겠다"며 "올해만 검토한 것만 100가지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검토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심층평가가 진행 중이며, 실제 계약은 내년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