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가톨릭관동의대 본2]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6년제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1년여의 인턴과정을 거쳐 3년 혹은 4년간의 수련과정을 거쳐야한다. 하지만 단순히 수련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전문의 자격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전문의 시험을 보고 일정 수준의 성취도가 달성돼야 비로소 한 분과의 전문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될 수 있다. 전문의 시험의 난이도는 상당한 편이고 이를 위해 전공의들은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 80시간의 근무일정 가운데 시간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관례적으로 마지막 연차의 전공의들은 병원의 배려와 자신의 연차를 활용해 시험 직전 80~100여일간 개인적으로 시간을 마련해 시험을 치러왔다. 하지만 전공의의 연차는 1년 근무가 지난 후에 발생해야 한다는 최근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일부 병원들이 전공의의 연차를 미리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전공의들의 전문의 시험 준비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과연 이 같은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점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번에 발생하게 된 문제는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시사할지도 모른다. 적절한 수련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곧 실력 있는 의사들을 배출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수련환경을 포함해 전공의들을 둘러싸고 있는 해묵은 문제들을 이제는 해결해 나가야 한다.
첫째, 어쩌면 이 모든 일의 근본적인 이유는 ‘비틀린 의료제도’일지도 모른다. 불합리한 수가와 의료제도로 전공의들은 값싼 인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은 여전히 제자리이며 결국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조차 편하게 준비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적인 수가 개선이 필수적이다. 지나치게 낮은 수가가 지속된다면 병원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전공의들을 값싼 인력으로 대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전문의 시험 개편이 필요하다. 전문의 시험은 현재 필기시험 위주로 시행된다. 전공의들이 수련을 하면서 배우게 된 여러 임상상황과 관련된 역량을 평가하기보다는 암기형 위주의 시험이 우세한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평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현재처럼 전문의가 되기 위해 상당한 부분이 필기시험이 차지하는 것은 현장 상황과 맞지 않다고 본다. 전문의 과정을 따는 임상은 실제 진료가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필기 위주의 시험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필기시험은 패스(Pass)·페일(Fail) 형태로 변경하고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역량 위주로 평가해야 한다.
셋째, 전문의 시험기간 동안 부족한 전공의의 인력을 보충할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문인력을 어디서 구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마지막 연차 전공의 1명이 부담할 일을 저년차 전공의들과 교수가 함께 부담한다면 전문의 시험 직전 마지막 연차 전공의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주 80시간으로 개편되면서 다소 부족했던 수련도 이런 방식으로 보충한다면 저연차 전공의들은 수련기회를 얻을 수 있고, 마지막 연차 전공의들에게는 시험 준비 시간을 확보해 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전문의 시험 시간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느 하나의 관점에서만 접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련병원이 전공의에게 내실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합리적으로 그들을 평가해 실력있는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