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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연구진 유전체 기반 인간 배아 발생과정 추적…"희귀난치·정밀의학 활용"

    KAIST-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공동연구팀, 시신 기증받아 대규모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통해 인간 배아발생과정 규명

    기사입력시간 2021-08-26 18:08
    최종업데이트 2021-08-26 18:08

    카이스트(KAIST)는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연구팀이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 오지원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전장 유전체 기술을 이용해 인간 발생과정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인간 배아에 존재하는 소수의 세포들이 인체에 존재하는 총 40조개의 세포를 어떻게 구성하고 각각의 장기로 언제 분화하는지 증명하는 연구다.

    단 하나의 수정란이 인체의 다양한 장기를 만들어내는 인간 발생과정의 원리를 밝히는 것은 의생명과학의 근본적 물음이었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배아의 파괴를 동반한다.

    때문에 그동안 해당 연구는 예쁜꼬마선충(C. elegans), 초파리, 생쥐 등의 동물모델을 이용해 이뤄졌고, 종 간의 차이로 인해 인간의 발생과정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한계가 존재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은 DNA 돌연변이에 주목했다. 
     
    그림 = 이번 연구방법 요약(카이스트 연구팀 제공).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하는 과정에서 무작위적 돌연변이가 매 세포에 누적되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는 성체의 자손 세포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에 전신에 분포한 단일세포의 DNA 돌연변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면 세포의 바코드로 삼아 배아 세포들의 움직임을 재구성해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7명의 시신 기증자에서 총 334개의 단일세포와 379개의 조직을 기증받아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세포 전장유전체 분석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단 하나의 세포(수정란)으로부터 복잡한 인체가 만들어지는 과정 동안 발생하는 돌연변이들과 세포들의 움직임을 고해상도로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인간 배아 발생과정에 발생하는 현상들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으며, 배아 내 세포들이 발생 초기부터 서로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림 = 배아 발생 과정에서 관찰되는 불균등한 세포 분포 모식도(카이스트 연구팀 제공).

    예를 들어 2세포기의 두 세포 중 한 세포가 다른 세포에 비해 더 항상 더 많은 자손 세포를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비율은 사람마다 달라서 사람의 발생과정이 개인 간 변동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초기 배아 세포들이 각각의 장기 특이적인 세포로 분화하기 시작하는 시점도 특정할 수 있었다. 수정 후 3일 내, 매우 이른 시기의 배아에서도 (2세포-16세포기) 인체의 좌-우 조직에 대한 배아 세포의 비대칭적 분포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어서 3배엽 분화에 대한 비대칭성, 각 조직 및 장기에 대한 비대칭성이 차례로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기 발생과정에서 각각의 세포에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DNA 돌연변이를 대규모로 추적해 배아의 파괴 없이 발생 과정 추적이 이뤄진 연구며, 전장 유전체 빅데이터를 이용해 윤리적인 문제 없이 인간의 초기 배아 발생 과정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응용하면 개개인마다 발생과정 중 나타나는 세포들의 움직임을 재구성할 수 있어 향후 발생과정의 이상으로 발병하는 희귀난치병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희귀질환의 예방과 선별검사는 물론, 정밀치료 시스템 구축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오지원 교수는 "죽음에 이른 신체로부터 인간 생명의 첫 순간을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놀라운 연구"라며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본인의 신체를 기증한 분들이 없었다면 이번 연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성 20년 만에 단일세포 유전체에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정확히 규명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한 유전체 기술의 쾌거"라며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더 높은 해상도의 인간 배아 발생과정 추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스트 박성열 박사(지놈인사이트 수석과학자), 경북대 의과대학 난다 말리(Nanda Mali) 박사, KAIST 김률 박사(現 삼성서울병원 내과 전임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8월 2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논문명 : Clonal dynamics in early human embryogenesis inferred from somatic mutation). 또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가톨릭의대, 지놈인사이트, 이뮨스퀘어 등의 연구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세계선도의과학자 육성사업, 서경배 과학재단 및 한국연구재단(리더과제, 우수신진연구, 지역대학우수과학자, 선도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