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오승탁 인턴기자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본4] 17일 오전 11시 기자는 서울 이촌동에 위치한 대한의사협회 회관을 찾았다. 건물 외벽에는 붉은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내걸려있었다. 회관 울타리는 각종 단체들의 지지 현수막으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이곳은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였다. 시위 본부를 지키던 의협 직원에게 신분과 목적을 밝히고 대변인 인터뷰를 요청했다.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긴 다음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천천히 농성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농성 천막 앞에서 마침 단식에 동참하고 있던 한 회원을 만났다. 부산에서 왔다는 그는 "의협 회장, 부회장이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집행부가 고생하고 있어 동참할 마음이 생겼다"라며 "이번 투쟁을 통해 의사들의 응집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천막 안에서는 시위 구호가 써진 피켓, 요구 사항을 설명하는 홍보물, 현장을 방문했던 인사들의 응원 메모가 지난 2주간 있었던 투쟁의 기록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촌동에서 기다리다가 오후 5시, 의협 박종혁 홍보이사 겸 대변인을 만날 수 있었다. 박 대변인으로부터 향후 투쟁 로드맵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2주에 걸쳐 최대집 회장, 방상혁 상근부회장, 그리고 정성균 총무이사와 변형규 보험이사가 릴레이로 단식을 이어왔다. 오늘 최대집 회장이 회무에 복귀했는데 건강은 충분히 회복된 것인가.
의학적으로 보면 단식은 체내의 물질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더군다나 최대집 회장의 경우 무더위 속에서 단식을 진행했기 때문에 부담을 많이 진 것이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재활에 힘쓰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7월 2일 있었던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행동 선포식에서 6개의 선결과제를 공표했다. (▲문재인케어의 급진적 보장성 강화 정책의 전면적 정책 변경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들의 의과 영역 침탈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선결과제로 지정된 6가지 사안은 요근래 발생한 문제라기보다 의료계가 오랫동안 싸워온 주제이다. 단식 투쟁이라는 급진적인 형태로 태세를 전환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전까지의 의료정책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변경해왔다. 하지만 관치가 아니라 의료 전문성을 갖춘 의사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책이 세워져야 국민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투쟁은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의사가 주도해 변화를 요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오랫동안 미뤄져 왔지만 언젠가는 필요했을 방향의 전환이라고 본다.
의료 정책에서 의료 전문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면허를 통해 의료인의 전문성을 규정하는 이유가 바로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쟁투 행동 이후 정부 측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수준의 큰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응답해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협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식 투쟁을 통해 의료계 안팎으로 많은 관심을 모은 상태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단식 중단 이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단식 투쟁을 중단하는 오늘까지 회관을 찾아주실 정도로 많은 회원이 동참해주셨다. 의협 회관 앞마당에 설치한 투쟁 본부 천막은 계속해서 유지하되 회원들을 위한 토론실로 운영할 예정이다. 혹자는 왜 단식까지 하느냐고 물었다. 우리가 단식을 하면서까지 바꾸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나가고자 한다.
우선 대의원회와 각 직역단체, 지역의사회 및 전문학회들과 직접 만나 구체적인 투쟁 로드맵을 설명하고 지지를 확산시키 위해 단식 투쟁의 다음 단계로 조직화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일정은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자회의 참석이다. 여러 단체의 행사와 회의에 참여해 직접 뜻을 전달하겠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
-의협의 투쟁에 대해 여러 인사들과 의료인 단체가 연대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의 행동 방침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계획인가.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집단행동이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당장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회원들의 뜻도 하나하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객체화해서 설득한다기 보다는 우리가 투쟁을 이어가면서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합류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뜻이 커질 것이라 본다. 투쟁 속에 진정성이 있으면 다른 단체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