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20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순식간에 104명이 됐다. 첫 사망자도 나왔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월 11일 신 코로나 바이러스 질환의 공식 명칭을 'COVID-19'로 정했다. 사스(SARS)와 메르스(MERS)에 이어 신종 역시 'COVI' 계열이다. 원 둘레에 방사형으로 빛이 퍼지는 형태의 '코로나(corona)'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에서는 편의상 코로나19로 표기하기로 했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처음 시작한 '코로나19'(마음에 드는 이름은 아니지만)에 대해 모든 사람의 촉각이 모이고 여러 뉴스가 계속 쏟아진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만일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어떤 약이 날 구해줄 수 있는가? 여기에 관심이 간다.
코로나19 환자에게 렘데시비르(remdesivir)와 클로로퀸(chloroquine)을 투여하는 임상이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뉴스가 나온다. 이렇게 빠르게 순식간에 임상에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Gilead)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던 핵산 작용제(nucleotide analogue) 약물로 바이러스 RNA에 결합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기전을 가진다. 실상은 임상연구에서 에볼라 감염 치료효과를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1월 말 미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 첫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사용해 하루만에 증상이 호전된 케이스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보고됐다. 한편 클로로퀸은 말라리아 치료제와 항염증제로 오랫동안 사용되던 약물이다.
미국 임상 정보사이트 ‘Clinicaltrials.gov’에 의하면 308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중국에서 렘데시비르 임상 3상(NCT04252664)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중국 임상등록정보사이트에 따르면 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임상(ChiCTR2000029542)이 진행된다. 바이러스와 세포의 융합(fusion)에 필요한 엔도솜 pH(endosomal pH)를 증가시키고, 세포수용체(cellular receptor)의 당화(glycosylation)을 저해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기전을 가진다.
비슷한 구조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임상(ChiCTR2000029559)은 3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어떻게 뚝딱 순식간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가? 물론 사안의 심각성이 있지만 지난 주 칼럼에서 소개한 바이러스의 진원지 우한바이러스연구소(The Wuhan Institute of Virology, WVI)에서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
2월 4일 세포 연구저널(Cell Research)에 발표한 레터(letter)에서도 렘데시비르와 클로로퀸이 비록 ‘in vitro’지만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렘데시비르의 치료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WVI의 연구는 리바비린과 펜시클로비르, 니타족사나아드, 나파모스타트, 클로로퀸 등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5개 의약품과, 광범위한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잘 알려진 렘데시비르(GS-5734), 파비피라비르(T-705) 등 2개를 합해 총 7가지 약물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렘데시비르와 클로로퀸이 미세한 농도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강력하게 차단하고 높은 SI(selectivity index)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질병이 터지면 신약개발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기존 약물 중에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가지고 ‘Drug Repositioning’ 시도해본 결과다.
평소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단지 in vitro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렘데시비르에 대한 기존 데이터를 보면 COVI와는 다른 계열인 에볼라 바이러스에는 약이 잘 듣지 않았지만, 에볼라 환자에서 부작용 없이 테스트돼 안전성 측면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무리 위급 상황이라도 환자에 대한 약물의 안전성은 꼭 짚고 넘어간다. 그러기에 필자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안전성을 다루는 GLP Toxicity 까지는 무조건 'Go'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전 단계에 'No Go'가 되면 그 후보물질은 이렇게 위급한 임상에 들어설 기회조차도 못 가진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WVI에서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했지만 이 in vitro 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논문이 발표되는 바로 전날 특허를 걸었다는 것이다. 물질 특허는 당연히 안되고 중국에서의 용도 특허이기에 물론 돈이 안 될 특허로 판단되지만 말이다. 아무리 사람이 죽어가도 사람의 욕심일까? 중국인의 특성일까?
렘데시비르의 소유권을 가진 길리어드의 라이언 맥킬(Ryan McKeel) 대변인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용 가능한 렘데시비르의 임상 공급은 제한적이지만 가능한 빨리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길리어드는 생산 속도를 높이는 한편 여러 지역의 제조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2월 12일 뉴스에 의하면 중국의 'BrightGene Bio-Medical Technology Co'가 렘데시비르의 대량 생산을 마치고 길리어드와 협의를 마쳤다는 보고서를 샹하이 마켓에 파일링했다. 역시 위급 상황에서 누가 스피드 있게 대량생산하여 CMC를 잘 하느냐? 우리 나라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지난 2월 3일 태국 보건부는 지난 2일 코로나19 환자인 71세 중국 여성에게 HIV 항바이러스제 혼합물을 투여해 치료 효과를 봤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여성에게 투입한 약물은 HIV치료에 쓰이는 리토나비르·로피나비르 혼합제(칼레트라)와 독감 치료에 쓰이는 오셀타미비어(타미플루)다. 태국 의료진은 기자회견에서 "약물을 투여한 뒤 48시간 만에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에서도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칼레트라를 투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도 코로나19 확진자 중에서 폐렴 증상이 심한 1번과 4번 환자에게 이 약물을 투약했다고 밝혔다.
왜 코로나19 환자들에게 HIV치료제를 쓸까? 지난 주 칼럼에 소개한대로 코로나19 환자 바이러스의 서열정렬(multiple alignment)을 보면 SARS와 거의 유사한 서열을 가지고 있으면서 s(spike) protein 4군데에 독특하게 삽입된 염기서열이 모든 환자에서 발견됐다. 이 영역은 HIV-1가 호스트 세포에 붙기 위한 구조적으로 매우 중요한 아미노산 서열이다. 그러기에 HIV 치료제를 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오해하기 쉽다.
나아가 중국이 AIDS,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다 코로나19가 시작한 것이라는 괴담으로 번질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HIV-1와 마찬가지로 COVI의 증식에도 '바이러스 단백질분해효소(viral proteases)'가 반드시 필요하다. 칼레트라는 viral proteases를 억제해서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역할을 한다.
당장 치료제가 없다는 이유로 코로나19에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칼레트라 같은 약물을 환자에게 실험적으로 처방하는 것은 의학 윤리와 기준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는 환자와 이들을 접하는 의료진들에게 최선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2015년 우리나라 메르스 사태때에도 확진자들에게 직접 노출되는 의료진들에게 칼레트라, 인터페론(항바이러스제), 리바비린(C형간염 치료제)을 예방적으로 투여하여 의료진은 감염되지 않은 경험이 있다.
물론 뚝딱 순식간에 임상에 들어가는 약물들의 결점은 예상된다. 첫째는 당연히 임상 유효성(Clinical efficacy)에 대한 판단이고 둘째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약동학(pharmacokinetics, PK)적인 문제들; 약물의 흡수, 분포, 생체 내 변화 및 배설에 대한 답을 환자에게 투여 후 나중에 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환자에게 렘데시비르와 클로로퀸을 투여하는 임상이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됐기에 앞으로 치료제가 빠르게 나올 것에 기대가 된다. 코로나19 임상을 통해 환자도 살리고 만일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나를 구해 줄 어떤 약이 존재한다는 확신도 가지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