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이거나 의학적 요구도가 높은 항암 신약일수록 국내 건강보험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의료진·환자·국회·언론·제약사 등이 발족한 '한국암치료 보장성 확대 협련단'은 발족식에서 국내 암 치료 보장성의 현주소를 공개했다.
협력단의 조사 결과,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의 신속승인절차로 허가받은 항암 신약의 OECD 국가 평균 보험등재율은 54%였지만 우리나라는 8.5%에 불과했다.
미국·유럽의 신속승인 절차는 암·희귀질환 등 치료가 시급한 질환에 대해 혁신 신약을 최대한 빨리 공급하기 위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혁신적인 신약의 등재율이 OECD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로 혁신적이거나 의학적 요구도가 높아 보험 적용이 시급한 항암제의 접근성은 OECD 20개 국가 중 17위였다.
협력단 정현철 회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은 "혁신 신약은 효과·부작용면에서 크게 발전된 약이므로 상당히 고가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반해 기존의 약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므로 혁신 신약이 비용효과성을 평가하는 현행 경제성평가를 통과하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환자는 다른 나라 환자보다 오랜 시간 항암신약을 기다리고 있다.
신약 허가 후 보험등재 되기까지 OECD 국가 평균 8개월(245일)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1년 8개월(601일)이 소요됐다. 2.5배 더딘 기간이다.
협력단은 국내 암 보장성 확대를 위해 근거를 통한 실질적인 정책 제언을 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정 회장은 "현재 암환자, 특히 4기암 환자들은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며, 항암 신약의 접근성은 크게 떨어진다"면서 "암 질환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모여 현안을 공유하고 근본 원인에 대해 모색할 것이며, 보장성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 제언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봉석 교수는 "항암신약의 급여율은 29%인 반면 비항암제는 67%"라며 "항암제의 보장성이 낮은 이유는 경증 질환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인식 수준과 비합리적인 경제성평가"이라고 말했다.
협력단에는 다양한 환우회도 참여한다.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는 "치료할 수 있음에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 할 때 가장 힘들다"면서 "현재의 암 보장성 정책은 포괄적인 수준이라 세부적이고 실질적인 각 암종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