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지난해 6월 의학 관련 모학회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당시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해 의사들이 어떻게 대처할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학회에 참석한 300여명이 즉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교육에 참여하고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자고 했습니다. 이 때 응답자의 20%는 인공지능 자체의 도입을 막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과연 이미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를 막으려고 한다고 막을 수 있을까요.”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은 최근에 출간한 신간 ‘의료 인공지능’을 통해 이런 일화를 소개했다.
이처럼 의료계는 인공지능 확산으로 미래 의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소장의 조언을 토대로 결론부터 살짝 말하자면 ‘의사 스스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나름’으로 해석된다.
최 소장은 "인공지능의 시대적 흐름을 피할수 없다"며 "의사와 환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최 소장의 책을 계기로 인공지능의 미래와 의료계가 생각해볼 과제를 알아봤다.
-의사들은 현장에서 보면 막연하게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의사들은 인공지능에 대해 지나친 과장, 지나친 기대, 지나친 두려움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라고 본다. 인공지능을 통한 변화의 일부만 봤거나 과거에 비해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탓도 있을 것이다.
‘의료 인공지능‘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자 했다. 뜬 구름을 잡는 개념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근거 중심으로 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참조 문헌만 50여쪽에 달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에 의사 역할을 논의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독자들과 인공지능의 미래를 함께 풀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의료, 기대할 만하다고 보는가.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 기술 단계를 예로 들면 4단계까지는 핸들이 있고 5단계에서는 핸들이 없다. 5단계로 넘어가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인공지능도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 성과가 증명된다면 크게 발전할 것이다. 의료계가 인공지능을 받아들이기 싫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단과 치료에는 임상근거가 필요하다. 현재 길병원 등 국내 7개 병원이 암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방법을 찾는 인공지능인 '왓슨포온콜로지'를 도입했다. 아직까지 왓슨을 통한 암 치료의 근거는 정확하지 않다.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칙을 갖추고 임상근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도입을 통한 이득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인공지능은 크게 4가지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의료진 만족도, 환자 만족도, 의료비 감소, 환자 치료 효과 증대 등이다.
인공지능을 통한 진단이나 치료는 아직 건강보험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4가지 측면을 비춰봤을 때 의사나 환자의 필요에 따라 활용도가 늘어날 수 있다. 의사 스스로 검사결과 판독을 편하게 하고 싶거나, 진단의 효율을 올려서 효과를 증명할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인공지능 개발자와 의학자들이 함께 할 수 있다.”
-의대 교수들은 대체로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로 보이지만 아직 개원의들의 관심은 부족해보인다. 개원의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공지능으로 피할 수 없는 미래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변화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실체를 알아야 한다. 변화를 무시할 것이 아니라,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인공지능이 개원가에도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광범위한 보건의료시스템에서 인공지능이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특정 진료과나 검진센터, 대학병원 등에서의 인공지능 역할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이를 거부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의대생들은 실질적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어떻게 인공지능을 접하고 배울 수 있을까.
“의대생들은 ‘샌드위치’ 신세라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의대생들은 과거와는 다른 교육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제 막 의대를 진학했거나 진료과를 전공한 의사들은 과거 교육을 받고 새로운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낀 세대’다. 의대생들의 진로에 인공지능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의대 교육도 인공지능 등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
“의대생들을 만나면 비슷한 질문을 많이 한다. 이들은 인공지능 등의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대생들 모두 인공지능 개발 프로그램을 배워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인공지능을 진료에 어떻게 활용할 지 연구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몇몇 의대가 인공지능을 가르치려고 준비하고 있다. 7월 28일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가 공식 출범한다. 여기서 인공지능의 교육에 대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의사 입장에서 인공지능은 어떤 역할을 할까. 인공지능은 미래에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나.
“의사의 근본적인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시험 문제와 답을 외우는식의 예전과 같은 교육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의사가 현재와 다른 미래 역량을 갖추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의료계가 인공지능 경험이나 사례를 토대로 발전방향을 논의하고 직접 임상근거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 인공지능’ 책은 인공지능과 의사의 미래에 대한 화두를 제시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