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영화 '곡성'에 나온 대사, 큰 임팩트로 인해 유행어가 됐다.
이 영화 대사처럼 기초의학협의회도 의학교육에 있어 '뭣이 중헌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의학협의회는 지난 24일 열린 제24회 기초의학 학술대회에서 '기초의학 내실화와 기초의학 국가고시 도입'을 주제로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현재 임상 중심으로 짜여진 의학교육에서 기초의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아가 기초의학도 국가고시에서 시험문제로 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제 발표에 나선 서울대 생화학교실 전용성 교수(사진)는 "임상 역량만 갖춘다고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기초의학 교육의 내실화를 유도해 진료역량뿐만 아니라 기본의학의 과학 역량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이 계속 발전하려면 그 기본바탕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는데 현실의 의학교육은 기초의학을 갈수록 축소시키고 임상만을 중요시해 그 본질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중요성을 모르면서 '기초의학을 왜 할까?'하는 물음을 많이들 하지만 기초의학은 꼭 가르쳐야 하는 것으로, 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패널로 나온 경북대의대 박매자 교수도 "의사는 전문적인 지식을 제대로 갖춰야 하는데 과학이 그 베이스가 된다"며 "의학에서 과학의 베이스는 바로 기초의학으로, 이를 제대로 알아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한 "간혹 의료 관련 파동이 일어나면 국민 대부분은 의사 편에 서지 않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가 '기본적인 과학자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그렇다"며 "진짜 과학이 바탕이 돼야 우리 영역에 있어서 정부나 국민들이 함부로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기초의학은 모르는 것을 새로 공부하는 최전선에 있는 학문으로,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야 말로 실질적으로 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 추진
교육과정과 교육시간이 위축되고 있는 기초의학은 의사인력 육성에 있어 사각지대로 불리기도 한다.
이에 기초의학을 의사국시에 반영하자는 취지가 단순히 기초의학이란 한 분야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닌 교육이 정말 필요하고 평가 또한 뒤따라야 한다는 시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실제로 의사국가시험에 기초의학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시험방식 ▲시험주관기관 ▲시험자격 및 시기 ▲적절한 문항의 수 ▲출제위원 ▲난이도 ▲합격선 결정 ▲이해당사자 등의 많은 요건들을 고려해야 한다.
즉 의사국가시험에서 기초의학을 도입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은 거쳐야 할 것도 많고, 여론이 형성된 것도 아니다.
먼저 시험을 준비하는 의대생들은 공부해야하는 과목이 하나 더 늘어나니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교수들은 강의 부담감이 커질 것이며, 학습이 파행될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는 상황.
혹시라도 기초의학 문항 때문에 국시에서 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교수들도, 의대 자체에서도 불편한 일이다.
전용성 교수는 "의사국가고시에서 기초의학 문항을 도입하는 것 자체를 이미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며 "그럼에도 할 건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이야기하고 설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