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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코스, 덜 유해? 그냥 담배일뿐"

    전자담배로 오해 많아…담배에 유해·덜유해 논쟁 무의미

    기사입력시간 2017-11-24 18:20
    최종업데이트 2017-11-24 23:09

    사진: 대한금연학회 추계학술대회 궐렬형 전자담배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올해 6월 국내 출시한 필립모리스(PMI)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출시 몇 개월 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집계한 결과에서는 수개월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5%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브리티쉬 아메리칸 타바코(BAT)와 KT&G가 각각 글로와 릴을 출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크게 확장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시장 과열에 의료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Heat-not-burn 담배(이하 HNB 담배)가 국내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정의되면서, 전자담배로 오해하는 소비자가 많고, 제조사도 덜 위험하다는 점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금연학회는 24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2017 추계학술대회에서 '최신 이슈 대응: 궐련형 전자담배' 세션을 마련, 그 실체와 사용 현황, 대응 정책 제언을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대한금연학회 총무이사를 맡은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이성규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이 연소되지 않는 수준의 열을 배터리를 이용해 발생시키고, 그 열로 담뱃잎을 가열시켜 연기가 아닌 기체 형태로 담뱃잎 속 니코틴을 인체로 흡입하도록 고안된 담배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사들 "유해성 낮다"…학계 "일반 담배랑 똑같다"

    담배 제조사들은 불로 담뱃잎을 태우지 않아 유해 물질이 덜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이코스의 유해성에 대해 연구한 데이터를 발표하면서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일반 담배와 아이코스의 유해물질 발생량을 비교하는 실험을 한 결과 아이코스 증기에 포함된 유해물질은 연구용 표준 일반 담배에 비해 평균 약 90% 이상 줄었고, 아이코스 증기에 포함된 대부분 물질은 국제기관들이 정한 담배 관련 유해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7월 JAMA International Medicine에 스위스 연구팀이 발표한 레터에서 "아이코스의 연기에는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일산화탄소가 존재한다"면서 "기존에 사용되던 일반 담배와 유사한 유해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주립대 Stanton Glantz 교수도 현지시각으로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인 대상 임상시험에서 아이코스와 일반 담배의 인체 유해성은 거의 같다고 밝혔다. 24개 건강 지표를 비교했는데, 통계적 차이가 있었던 지표는 1개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미국심장협회(AHA)에는 쥐 모델 실험 결과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와 유사한 수준으로 혈관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담배일뿐, 똑같이 규제해야

    규제 측면에서 제조사가 주장하는 '잠재적인 위해 감소'로 인한 혜택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학회 교육이사를 담당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철민 교수는 "JAMA에 발표된 논문에서 담배를 줄이는 것은 사망률 감소에 효과가 없었고, 소량의 흡연에서도 심혈관계 질환 발생이 굉장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독성이 기존 담배보다 감소했다고 하지만 이정도 양이 줄었을 때 정말 건강에 대한 영향이 적을지 알 수 없고, 암 발생이나 심혈관 질환 발생, 사망까지 감소시킬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전자담배라 생각해 HNB 담배로 바꾼 환자들을 많이 만난다"며 "위해 감소(harm reduction) 관점에서 봐서는 안 되며 더 좋다, 나쁘다 개념이 아닌 기존 담배와 동일하게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 고문인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홍준 교수는 "인구집단에 대한 건강 위해 효과를 확인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실제 확인이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 "필립모리스의 연구에서도 HNB 담배가 여러 가지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물질(HPHC)을 배출하고 있으며, 이는 전자담배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따라서 이런 잠재적 위험 감소 가능성에 근거해 담배 규제를 할 이유가 없으며, 전자담배가 아닌 HNB 담배로 이러한 것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서 "HNB 담배는 그냥 담배이고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이성규 교수의 발표 포스터

    WHO, "전자담배 아니고 더 안전하다고 판단할 근거 없다"

    일반 소비자들이 전자담배라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철민 교수는 "처음부터 궐련형 '전자담배'라고 정의한 것이 문제로, 기본적으로 HNB 담배가 '담배'라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대중에게 좀 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농축액이 함유돼 있거나 담배향만 있는 액체를 수증기로 만드는 분무 장치로 기존 담배와 달리 순수한 니코틴만을 흡입할 수 있어 기존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고 여겨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HNB 담배가 전자담배는 아니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성규 교수가 이날 발표한 포스터에 따르면 WHO는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포함돼 있거나 그렇지 않은 액상을 가열하는 방식이지만 HNB 담배는 담뱃잎을 직접 가열하는 것이라 전자담배가 아니다"면서 "현시점에서 기존 담배에 비해 HNB 담배가 더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독성물질에 대한 노출이 감소하는 것이 인체에 미치는 위험 자체가 감소시킨다는 근거는 없다"고 권고한다.

    또 WHO는 "HNB 담배가 간접흡연 노출로부터 안전한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근거가 불충분하고, 이 부분에 대한 객관적이고 독립성이 확보된 연구결과가 필요하다"며 "모든 종류의 담배 제품은 위험하며 HNB 담배도 예외는 아니다. 담배 그 자체에 선천적으로 독성이 있고, 자연상태에서도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HNB 담배도  FCTC에 따라 다른 담배제품과 동일한 기준에서 규제돼야 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국내법상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담배는 전자담배로 분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전자담배로 명명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흡연자 및 일반 국민들은 HNB 담배를 금연보조제라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HNB 담배에 대한 담배 정의 및 용어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학회에서는 아이코스 등 HNB 담배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학회의 공식 입장 발표와 금연 교육 자료 마련, 용어 개선 등의 필요성에 관해 공감하며, 조속한 대책 마련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