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내 수면장애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보험 적용 문제와 글로벌 제약사의 ‘코리아 패싱’ 등으로 치료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세계 수면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면장애 약물치료의 사각지대 문제를 짚었다.
대한수면연구학회 김지현 부회장(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 기면병 등 주요 수면질환에서 환자들의 약물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면증 치료의 경우 최근에는 DORA(Dual Orexin Receptor Antagonist) 계열 약물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벤조디아제핀∙비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보다 의존성이 낮고 정상적인 수면 구조를 보다 잘 회복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혁신적인 불면증 치료제로 평가받는다.
DORA 계열 약물 중 렘보렉산트는 올해 국내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다리도렉산트도 뒤이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두 약제 모두 보험 적용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환자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새로운 약의 출시가 기대되지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을 경우 환자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환자 수가 약 300만명에 달하는 하지불안증후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16년 발표된 가이드라인에서는 프레가발린과 가바펜틴을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적응증에 대한 보험 급여가 인정되지 않아 환자들이 매달 수십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반면 기면병 치료제는 오히려 보험 약가가 지나치게 낮아 공급이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기면병 치료제 와킥스(성분명 피톨리산트)는 기존 각성제 기반 치료제와 달리 히스타민 H3 수용체를 조절해 각성을 유도하는 기전을 가진 약물로, 미국과 유럽의 수면 관련 학회에서도 권고되는 치료제다. 국내에서도 보험 적용을 받아 사용돼 왔지만 지난 2024년 9월 돌연 국내 공급이 중단됐다.
김 부회장은 “기면병은 유병률이 높지 않아 국내 환자 수가 많지 않은데 약가까지 낮다 보니 회사가 국내 공급을 포기한 것”이라며 “현재는 환자들이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비급여로 약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수면연구학회 신원철 회장(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수면장애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닐 수 있지만 적절한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해 건강이 악화된다면 결국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위상에 걸맞게 다른 나라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약들이 제때 도입돼 국내 환자들의 수면 건강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제는 수면장애를 개인 건강 문제를 넘어 공공보건 차원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