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의료 소모품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의료 마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5일 논평을 통해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공급망 붕괴가 국민 건강의 최후 보루인 의료 현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아이들의 감기약 물약통부터 응급실의 생명선인 수액팩과 주사기까지, 필수 의료 소모품의 품귀 현상이 단순한 우려를 넘어 실제적인 의료 마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특히 의료계에서는 “5월이 고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 비용이 50% 가까이 폭등하며 제조사들은 “물건을 만들수록 적자”라는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며 "일부 유통업체가 ‘구매 수량 제한’이라는 고육책을 내놓고, 제조사들이 생산 자체를 포기하려 하는 현 상황은 결코 일시적인 수급 불안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 인프라의 생산 기반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위험 신호"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최 대변인은 "정부는 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유통 질서를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책상 앞에서의 안일한 점검만으로는 이미 텅 비어가는 의료기관의 창고를 채울 수 없다"며 "5월이 고비라는 현장의 절박한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식의 관망조 대응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는 ‘적당한 대응’이란 있을 수 없다. 주사기, 수액팩, 멸균 포장지 등 핵심 의료 소모품을 즉시 국가 필수관리 품목으로 지정하고, 원자재가 생산 라인에 최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강력한 행정 조치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원가 급등으로 인한 생산 중단을 막기 위해 한시적 보조금 지급이나 세제 지원 등 ‘긴급 생산 지원책’을 즉각 검토해야 한다. 또한 소모품 가격 상승이 진료 차질이나 환자의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건강보험 수가의 유연한 적용 등 긴급 수급 조정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의료 소모품 공급 차질과 관련해 의료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필수 의료 소모품인 일회용 주사기와 주사바늘 전 품목 가격이 15~20% 인상됐지만, '행위별 수가' 체계에 묶인 의료기관들은 이를 별도로 보전받지 못한 채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그 부담이 큰 상황이다.
앞서 지난 2일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물품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은 일선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생산과 유통과정에서의 철저한 관리에 힘써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현행 수가 체계는 매우 불합리하다"며 "급여권 내에서 별도 보상이 없어 의료행위를 할수록 인상된 소모품 비용 부담을 병원이 떠안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