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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 의료비 부담에도 여전히 ‘질환 중심’…“노인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개선돼야”

    노인건강관리 세미나, 공급자 중심의 분절화 된 서비스 비판…의료기관 전전하는 다약제 노인 증가

    기사입력시간 2023-01-27 07:11
    최종업데이트 2023-01-27 07:1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급속한 고령화로 국가 의료비 부담에 대한 우려 속에 우리나라 노인 건강관리가 질환 중심으로 분절화 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노인 진료가 각각의 전문 질환별로 분절화 돼 있어 한 명의 노인이 이용해야 할 의료기관의 수도 복용해야 할 약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개최한 노인 건강관리를 위한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노년내과 교수는 급속하게 진행되는 한국의 고령화 속에 우리나라가 여전히 ‘노인’을 바라보는 개념 자체가 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질병 중심의 노인 진료로 '처방 연쇄' 발생…신체 기능 떨어지는 문제 발생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사진=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유튜브

    정희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람은 없고 질병만 본다. 사람의 기능, 문제 목록의 총합, 내재 역량을 보는 개념이 없고, 사람의 진단명 하나만 보는 의료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많은 선진국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람을 통합적으로 돌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ICOPE(Integrated care for older people, 노인통합관리)라고 해서 사람을 통합적으로 봐야한다고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통합적인 개념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사람의 노화 정도는 질병의 스펙트럼 뿐만 아니라 나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신체기능과 내재 역량과 관련돼 있고, 내재 역량의 감소는 사람의 돌봄 요구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연속적 스펙트럼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내재 역량’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내재 역량에 대해 사람에게 100의 기능이 있다면 노화로 인해 감소한 20의 기능을 제외하고 남은 역량을 ‘내재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이 남아 있는 ‘내재 역량’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노화로 인해 감소한 특정 기능에만 몰두하면서 오히려 노화를 가속화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질병 중심으로 환자를 보다 보니, 어르신들에게 여러 문제가 섞여 있는 것을 개별 문제로 떼어놓고 치료하게 된다. 이로 인해 처방 연쇄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실제로 경미한 허약 상태에서 정형외과, 내과, 피부과 등 다양한 의사를 만난 뒤에 장기노양 환자가 될 정도로 신체기능이 떨어져서 노년내과로 오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실제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한국인의 평균 복용 약물 개수는 4.1개가 된다. 개별 의사를 전전하면 약물 개수는 더 늘어난다. 환자가 의료기관을 전전하면 전전할수록 기능은 더 떨어지고 돌봄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노인 통합관리 통해 돌봄 요구와 의료비 상승 막아야"
     
    이에 정희원 교수는 노인 환자를 통합적으로 진료하는 노년내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노년내과에서는 먼저 늘어난 노인 환자의 약 정리를 먼저 한다. 지난 1년간 약제 추가 이력과 병력을 정리해 처방을 조정하고, 현재 기능 및 영양 상태를 평가하고 중재하며 숨겨진 질병을 확인하고 치료를 조절해 주게 된다”며 “이런 식으로 진료를 하면 한 달만 지나도 환자가 다시 기능을 회복하고 돌아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노인환자의 내재 역량 4M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 ▲마음건강(Mentation)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이동성(Mobility)을 총체적으로 봐야한다고 하고 있었다.
     
    정 교수는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노인증후군을 전문적 진료 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이 나오고 있지만 노인의료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질병을 분절화해서 전문가를 나누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현실에서 아무리 노쇠 지수가 높고 복잡도가 높아도 중증이 아니면 소용이 없다.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사업에서조차 노쇠한 어르신은 배제된다. 이러한 질병 분절 정책에서 배제된 진료과의 의사들은 정상적인 진료 유지도 불가능하다. 이는 분절성과 비효율성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 교수는 “어르신들에서는 개별적인 질병을 볼 게 아니라 노인학 개념을 도입해 불필요한 돌봄 요구와 의료비 상승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3분 진료 현실 개선할 수 있는 수가 개선 및 보건의료시스템 재구축 필요
     
    사진=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정책연구팀 이민 팀장은 “많은 국가 및 기관에서 노년기 연구 대상 다양한 분야의 가이드라인을 개발 혹은 발간하고 있다. 전문가 자문결과 분야별로 차이는 있으나 국외 가이드라인을 일부 차용할 수 있지만 국내 노년기 인구집단 특성을 감안해 강조해야 할 점이 달라 국내 실정에 맞는 데이터를 생성해 이를 바탕으로 국내 특성을 살린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업데이트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여러 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의 진료에서는 생활 습관, 생활 환경, 질병 패턴, 신체 기능, 환자 외 가족의 의사가 모두 고려돼야 하며, 이러한 고려가 심층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증상이나 개별 진단명에 대한 기계적 처방만 나가게 돼 있다”며 “현재의 의료 수가 체계, 낮은 진찰료로 많은 수의 환자를 보아야만 진료실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는 내원한 환자의 호소를 단순화시켜 3분 내에 진료를 완료해야 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상담 시간에 따라 수가를 청구할 수 있어 지역사회에서 정신건강의학 클리닉이 늘고 있고, 그 결과로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대한 전국민적 의식 수준이 개선된 것처럼 시간에 비례해서 수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민 팀장은 보건의료시스템 재구축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 보건의료시스템은 질환 중심으로 구축돼 있어 토탈케어를 필요로 하는 노년기 인구에 적합한 시스템이 아니다. 일선 보건소에서도 치매안심센터는 치매만, 우울과 자살예방팀은 우울증 관리에만 집중하고 있으나, 공급자 중심의 분절화된 서비스를 케어 매니저 시스템에 도입해 일 대상자의 생활습관 및 질환관리 정보를 획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아과 의사들이 사에 대한 통합적인 전문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처럼 노년기 인구집단의 특성과 예방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해하고 여러 건강관리 전략을 합치시킬 수 있는 전무가인 노인과 의사에 대한 전문 직역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의사 외에 전문간호사로서 노인 건강관리 상담이나 노인 입원환자 평가 등 시니어 헬스케어 전문 간호사의 육성으로 상담 및 진료 연계 업무 수행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