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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욱 교수 "의대교육자문단, 알리바이용 위원회…참여 순간 들러리 된다"

    건정심과 비슷한 구조로 참여하는 순간 '들러리' 전락하고 불참하면 '불통' 비판

    기사입력시간 2025-07-06 14:17
    최종업데이트 2025-07-06 14:17

    단국의대 박형욱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계가 의대교육자문단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희의적 반응을 보였다. 회의에 참여하는 순간 정책 결정에 있어 들러리로 전락해버린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자문단이 정부 입맛에 맞는 위원으로만 꾸려질 경우 정부와 의료계가 이견을 좁히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단국의대 박형욱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5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케이엠에이 폴리시(KMA POLICY) 워크숍에서 "최근 정부가 의대교육자문단을 만든다고 한다. 주요 일간지들은 자문단에 의대생이 4명 들어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점을 부각했고 국민들도 그렇게 이해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박형욱 교수는 "그러나 내용을 보면 15명 위원 중 의대생 위원 4명은 의과대학학생협회 이외 전국 40개 대학 총장과 대한의료정책학교에 공문을 보내 8명씩, 총 328명의 의대생 위원 후보가 나오는 구조"라며 "이는 정부가 근로자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전국의 경영자들에게 근로자 대표를 추천하라고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런 위원회에 참여하게 되면 들러리가 된다. 또 거부하면 불통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며 "알리바이용 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언론은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내가 공무원이라도 (제대로 된) 변화를 위해 노력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한탄했다. 

    의대교육자문단과 비슷한 사례로 그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거론했다. 공정하지 않은 구조 속에서 정부의 알리바이를 위한 협의만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형욱 교수는 "자동차 사고가 나서 보험자와 피해자가 협의를 할 때 가입자가 1표, 보험자가 1표, 피해자가 1표를 갖는다면 공정하게 합의를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가입자 대표가 바로 보험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정심은 무려 25명 위원 중 의협 위원은 2명이다. 반면 건보공단, 심사평가원에 더해 소비자 단체라는 곳도 있다. 공익 대표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포함된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하는 순간 들러리가 된다"고 비판했다. 
     
    5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케이엠에이 폴리시(KMA POLICY) 워크숍 모습.


    특히 이날 박 교수는 의료시스템을 진단하고 정책을 설계하는 정부 측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토로했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문제들을 모두 비급여, 실손보험 등 의사의 이기심으로 몰아간다며 필수의료 파탄이 왔다고 진단한다는 비판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공급 부족 문제 원인을 '시장실패'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모든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하는 구조에서 이는 시장실패가 아니라 정부실패"라며 "오히려 정부는 이 문제가 의사들의 이기심, 즉 실손 보험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오진으로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행위자의 이기심을 비난하는 목적의 정책은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다.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오히려 당사자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인센티브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런 문제가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오면 해결된다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이 답은 아니라고 본다. 행정고시 출신도 의료 정책을 모르지 않는다. 어쩌면 임상 의사 출신이 더 못할 수 있다"며 "핵심은 본인이 다 안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의료 현장의 의견을 잘 수렴하려는 노력, 이해 당사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필수의료 종사 의사들은 결코 돈을 많이 버는 이들이 아니다. 기본권 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전공의들 역시 마찬가지다. 만일 정부와 언론이 의사를 하나의 집단으로 간주해 낙수의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 아닌 지역·필수의료에 헌신하는 의사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이들이 겪는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고 했다면 의료개혁 방향은 매우 달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안에서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공급부족의 원인을 '시장실패'로 규정했다. 사진=박형욱 교수 발표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