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회 대의원회 한미애 부의장은 “그동안 대한민국 의료를 지탱해온 것은 정부의 정책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의사들 개인의 희생과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그나마 유지되던 한국의료를 죽인 것은 정부이고 권력”이라고 말했다.
한 부의장은 30일 오후 9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 애도사에서 “정부는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많은 절차도 생략해 가면서 오로지 속전속결로 숫자 2000에 함몰돼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인가. 정상적인 의학교육이 어렵다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급진적인 의대 증원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고 이를 위해 의사인력의 탄력적인 조절을 위한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고 장기적으로 정원 조절을 해나가자고 제안해왔다. 의사양성에는 역량과 질적 평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강한 외침을 보냈고,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료는 필연적으로 무너진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지만 정부로부터 버림받고 말았다”고 했다.
한 부의장은 “의료 강국이라고 외칠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잃어버릴 10년을 걱정한다. 의료계는 한국의료의 장기 침체가 복원력을 가질 수 없다는 암울한 전망에 자포자기 상태다”라며 “의사들은 이 지점에서 분노하고 원망하고 한국의료를 떠나보내며 애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부의장은 “비록 한국의료는 무너져 내리고 있지만, 우리 의사들은 한국의료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건강한 미래의료를 만들기 위해, 한국의료의 회복탄력성을 되찾기 위해 슬픔을 뒤로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겠다. 투쟁하겠다”고 했다.
이어 “단순한 촛불집회가 아니라 한국 의료를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되는 횃불이 되도록 하겠다. 교수, 전공의, 학생들을 포함해 모든 의사들이 동참하여 강하고 지속적으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의장은 “오늘 밤 한국의료의 사망선고에 삼가 애도를 표하고, 새로운 한국의료의 재개를 알리는 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우리는 정부에 공식적인 대화를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요청한다”라며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정책을 정해놓고 들어와서 얘기하자는 정부의 형식적인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의료 개혁의 실체인 필수 의료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출발점을 만들 수 있도록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대화 협의체 구성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정부가 의대 증원을 이야기할 때 항상 얘기했던 OECD 나라로 가는 것을 원하나? 감기 걸려도 삼 일에서 일주일 뒤에 의사를 만날 수 있고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고 수술을 받기에서는 3~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OECD 국가로의 변화를 개혁이라는 것인가?”고 되물었다.
황 회장은 아이리쉬 패러독스(Irish Paradox) 개념을 언급했다. 아일랜드는 GDP 10만달러 이상의 부유한 국가지만, 아일랜드 의사의 절반은 외국의사로 채워져 있다. 아일랜드 의대생 수는 OECD 평균 13.5명 보다 거의 2배 가까운 24.8 명의 의대생 수를 가지고 있어 의대생들이 다른 나라로 떠났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정부가 이번에 1509명을 증원하면서 이제 대한민국에 의대생 수는 3567명이 됐다"라며 "지금도 국내에서 의사를 하지 않겠다는 학생의 수가 과거 1.7%에서 40%가 넘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즉 코리안 패러독스(Korean Paradox)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돌아오길 원한다면 지난 100일 동안 무자비하게 행사해왔던 공권력을 이용한 탄압을 멈추고, 돈만 쫒는 의사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에 대해서 진심 어린 사과를 해줄 것을 부탁한다”라며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에 방향을 바꾸고 의사들과 전공의, 의대생들이 환자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국민들의 건강 , 의료, 교육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걸어왔던 오기로 풀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통령의 덕목은 국민과 의사를 갈라치기하는 게 아니라 화합시키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도 검사인줄 아는가. 의사들을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망국적 정책을 추진하며 역사의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이 회장은 “지도자의 덕목은 국민을 화합시키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고 대통령의 의무다. 5월 31일이 지나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겼다고 내년도 입시요강이 끝났다고 발표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정부가 의대생들이 돌아갈 학교를 없애는 것이고, 전공의들이 돌아갈 병원을 없애는 역사의 날”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공무원을 2배 늘리면 나라가 망한다. 대기업 직원을 대기업이 망한다. 의대정원을 2배로 늘리면 대한민국 의료가 망한다”라며 “의사들은 대한민국 의료가 망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기 때문에 저항하는 것이다. 5월 31일이 끝이 아니다. 우리는 이 잘못된 제도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어떤 대가와 희생이 있더라도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광역시의사회 박철원 회장은 “의사들은 언제나 이런 싸움을 멈출 수 있을까? 국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받고 나서야 멈출 수 있을까?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지고 나서야 멈출 수 있을까? 그 파국을 막기 위해 우린 또 다시 싸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전국 의과대학 대상 현장 실사도 졸속과 엉터리다. 이제는 대학에 학칙 변경을 강요하고 있다"라며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한 그 어느 자료에도 과학적 근거를 찾아볼 수가 없고, 민주적 절차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고귀한 생명을 지키며 숭고한 사명감으로 현장을 지키는 우리 전공의들을 지켜달라. 의대생들을 지켜달라”라며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고 과학적 검증을 통한 의대 정원 결정 과정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