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개별 기술이 아니라 병원 운영 전반을 재설계하는 전략적 인프라이자, 수술 패러다임까지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9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6(KHC 2026)'에서 리사 이시 존스홉킨스병원 부원장과 캐서린 모어 인튜이티브 재단(Intuitive Foundation) 이사장이 기조발표를 통해 각각 병원 운영과 수술 영역에서 AI가 가져올 변화를 제시하며, 전사적 전략·거버넌스 구축과 데이터 기반 협업, 그리고 단계적 검증을 통한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 병원 전사에 전략적으로 AI 도입 …"AI 수용 여부에 따라 조직 간 격차 커질 것"
이날 리사 이시 존스홉킨스병원 부원장은 헬스케어의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병원 전반에 걸친 AI 도입 전략과 실제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전략, 조직, 데이터, 운영을 아우르는 전사적 과제"라며 "AI는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한 것을 기다릴 수는 없다. 파일럿 형태로 AI를 도입해 선제적으로 AI 시대에 적응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 부원장은 존스홉킨스 같은 대형 병원에서는 AI를 개별 부서 단위가 아닌 분권화된 구조 속에서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존스홉킨스는 AI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했고, 임상, 운영, 기술, 행정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중심으로 AI 도입 여부와 전략을 결정한다.
이시 부원장은 "각 영역별로 운영위원회를 두고 다학제적 논의를 통해 이 AI 도구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전략적으로 도입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AI를 통해 의료진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있다. 특히 간호사의 문서화 업무에 AI를 적용해 음성 기반 기록 자동화를 도입한 결과,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 그는 "간호사들이 문서 작업 부담에서 벗어나고, 환자와의 소통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자 경험 역시 개선됐다. 환자들은 "의료진이 내 말을 더 잘 들어준다"고 느끼며 만족도가 높아졌고,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행정 영역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보험 청구 및 심사 과정에 AI를 적용한 결과, 기존에 6~7건 정도 검토하던 업무를 50건 이상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이 향상됐다. 이에 따라 직원 업무 효율성은 물론 조직 전반의 역량도 강화됐다는 평가다.
수술실 운영에도 AI가 도입되고 있다. 존스홉킨스는 수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분석해 수술실 회전율(turnover)과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다. 이시 부원장은 "수술실 운영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AI 활용의 기반으로 비식별화 데이터 플랫폼(REACH) 구축도 강조했다. 존스홉킨스는 820만 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와 10억 건 이상의 임상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연구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는 여기서 나아가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HopGPT'를 구축해 ChatGPT, Claude, Llama 등 다양한 AI 도구를 보안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시 부원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AI 도입은 전략적 아젠다에 명확히 포함돼야 하며,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파일럿 기반 접근, 병원 전체 관점의 시스템 구축, 인력 영향 고려, 이해관계자 참여, 개인정보 보호가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인튜이티브 재단 "AI로 수술 패러다임 빠르게 변화…전문가 개입 검토는 필요"
이어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을 개발한 인튜이티브(Intuitive) 재단의 캐서린 모어 이사장은 'AI 기반 수술의 전환'을 주제로, 수술 패러다임이 데이터와 인공지능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어 이사장은 AI 기반 수술의 미래에 대해 "향후 수술실에서는 합병증을 사전에 예측하거나, 수술 영상을 기반으로 의료진이 몇 시간 내에 분석 결과를 확인하고, AI가 개선점을 제안하는 등 수술 중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일부 과정이 자동화되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AI가 수술의 '가변성(variability)'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모어 이사장은 "의료진과 AI가 함께 협업하면 수술 결과의 일관성을 높일 수 있으며 로봇수술 시스템이 교육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며 "기존에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희귀 수술 사례도 AI 기반으로 학습할 수 있어 의료 교육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어 이사장은 이러한 변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항상 정확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럴듯한 답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AI는 강력한 도구지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며 "의료적 의사결정에 활용될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 개입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어 이사장은 "의료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개별 기관이 아닌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며 "충족되지 않은 의료 수요(unmet need)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의료진과 산업계, 연구자들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