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여한솔 칼럼니스트] "의사들이 제 몫을 못 했기 때문에, 돈벌이에만 집중하고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국민들이 공공의료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최근 전북 남원지역의 국립공공의대 유치를 추진해왔던 이 모 의원이 토론회 개회사를 통해 한 이 발언이 의료계 내에서 굉장한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발언을 한 이유인즉슨, 보건소에서 관리 의사를 채용하는데 월급 700만 원(세전)이어도 지원자가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다른 직종 종사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공공의료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라고 그는 당당히 언급했다.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얼얼했다. 정말로 이것이 우리나라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한 이야기인지 다시 기사를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실제로 발언한 이야기이다. '하….' 깊은 한숨과 함께 현직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수입과 공공의료와의 연계성을 찾아보려 머리를 굴려보았다. 하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 공공의료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일선에서 진료 보고 있는 의사들의 잘못인가? 아닌데, 국가가 엄연히 책임졌어야 할 공공의료 부문을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기듯 맡긴 채 팔베개 하고 수수방관했던 지난 위정자들의 치부가 아닌가.
단일건강보험이라는 반강제적 의료보험과 일방적인 수가 산정 시스템으로 의사들을 옭아맨 것도 모자라 이제는 특별 사법경찰 같은 말도 안 되는 행정부의 규제에 허덕이고, 그로 인해 마냥 잘못 설계된 제도는 파악하지 못한 채 대서특필되는 의사들의 범법행위로 싸잡아 욕이나 하던 환자에 치이면서도 바보처럼 그들은 견뎌냈다. 그리고 또 이를 견뎌내어야 할 우리에게 과연 이런 실언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비단 이번 뿐만은 아니다. 의료인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왜곡 조장하여 위정자가 전체 의료인을 싸잡아 매도했던 것은 연례행사처럼 이따금 벌어지는 촌극이다. 사실, 이 발언에 분노하기보다는 권력을 쥔 자들이 이런 실언을 왜 자꾸 쏟아내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들은 정말 의사들이 이 사회에 없어져야 할 구더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기보다 더 손쉽게 수익을 거두는 것 같으니 배알이 꼬여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언급했던 것처럼 모든 의사들은 월 300만 원만 받아야 만족하는 걸까?
아니다. 이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정말 똑똑한 인간들이라고 결론 내렸다. ㅡ나는 앞으로 '영악하다'고 표현하겠다. ㅡ 이 영악한 자들은 근거 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회의 갈등을 악의적으로 조장한다. 대형 언론의 작태, 그들이 쏟아내는 악의적 의도가 버젓이 담긴 의료 관련 기사에 쏟아지는 일반인들의 비난 댓글과 그 댓글을 향한 수천 수만 개의 공감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위정자들이 자신들을 향한 지지를 얻기 위해 편 가름 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적어도 우리나라 정치사를 뒤돌아보면 이를 부인하기 어렵다. 그 분열의 시작은 깊이 고민하지 않을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의료정책을 시행함에 앞서 환자와 의사 간의 분열을 조장할 자극제는 아무래도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지녀야 할 신념을 져버리고 생명이 아닌 세상의 물욕을 좇는 의사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아무래도 제일이다. ㅡ종교에 종사하는 일부의 악행을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과 유사하다. ㅡ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되살리기 위해 '나'는 죽어도 하기 싫은 밤새는 일을 서슴지 않거나, 철철 흐르는 피를 뒤집어쓰면서도 사람 살리기에 가족과 당신의 안위는 포기한 채 피곤함에 찌들은 모습을 한 의사만이 '참의사'로 칭송받고, 그 외 나머지는 모두 '돈의 욕심과 아집'에 찌들은 '거짓 의사'라는 명제를 머릿속에 심는다. 이러한 지극히 이분법적인 논리는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하며 정작 대중은 가리키는 달은 보지 못한 채 손가락만 탓하며 대다수의 의사를 돈에 환장한 놈으로 취급하기 마련이다.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치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거짓과 불법을 행하는 의사들을 내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의사 직역에도 치부는 존재한다. 영업사원에게 갑질을 넘어 환자에게 위해가 가해지게 대리수술을 저지르고, 환자에게 시정잡배도 하지 않을 몹쓸 짓을 행한다. 이처럼 일탈을 하는 소수들을 다스리기 위해 우리 사회에는 ‘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의사가 이러한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다. 비난받을만한 잘못한 일을 저지르고, 또 교묘한 술책으로 피해가며 자신의 영욕을 좇는 사람들은 어떤 직역을 하러 가든 있지만, 그들은 엄연히 소수이다. 만약 다수의 의사가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면 당장에 모든 의사를 수사기관에 의뢰해야 하지 않겠나.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그 어떤 의사도 자신이 맡은 환자의 증세가 악화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환자가 치료받은 후에 웃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만큼 의사에게 좋은 답례도 없다. ㅡ 물론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인 보상도 당연히 뒤따라야겠지만 말이다. ㅡ 듣기 좋게 포장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수많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환자들을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 필연적인 의업(醫業)의 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 뿌듯함을 경험해본 전국 13만의 의사들은 무슨 뜻인지 알리라.
하지만 앞서 분열을 유도하는 이들은 대중을 조종할 '법'보다 강력한 '프레임'이라는 무기를 이용한다.
일탈하는 소수를 다수 혹은 전체로 확대해 갈등을 조장하고 그 직능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나쁜 놈'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우리 사회에서 대중들에게 질타받는 국회의원, 기자, 검찰, 판사들이 위의 일례에 속한다. ㅡ 앗, 이들은 소수와 다수가 바뀐 건가? ㅡ 영악한 자들은 그 프레임을 무기 삼아 자신들의 권모술수를 합리화시켜 대중을 설득시킨다. 조금만 깊숙이 알아본 사람이라면 두손 두발 다 들어 반대해야 할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프레임’을 씌운 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쁜 놈들이 말하는 것은 다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임 씌우기에 앞장 섰던 국회의원 이용호 의원을 그래서 나는 ‘영악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공공의료대학의 설립은 내 주머니에 있는 500원을 걸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 정책은 실패할 것이다.'라고…. 그러면 어떻게 공공의료를 활성화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얼마든지 대본 없이 달달 이야기할 수 있다. 대한민국 공공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넘쳐나는 인적, 물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대한민국 의료계의 의료인에 대한 지역 불균형과 과별 편차가 심한 이유는 지방의 경우 의료자원 배분에서 소외되고 있고, 그로 인한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에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진료를 펼칠 수 없는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대학 만들기에 열 내지 말고, 국가와 지자체가 협심하여 전폭적으로 의료현장에 재정을 지원하면 된다. 턱없이 부족한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을 정부가 나서서 확대하고, 기존 국립대학과 국공립 의료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이끌라. 공공의료대학을 졸업한 자들을 10년 동안 가두어 의무적으로 노예로 부려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재정적 지원과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 일하지 말라고 해도 의사들은 지방으로 몰려들 것이다.
"어찌 보면 의사들이 제 몫을 못 했기 때문에, 돈벌이에만 집중하고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공공의료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공공의료대학이 설립될 예정인 지역의 지역구 의원이 내뱉은 말인데, 제발 되지도 않는 논리로 의사와 국민 간 분열을 조장하지 말라. 위정자들은 국민을 운운하며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포장하지 말아 달라.
마지막이니 솔직히 마음속에 담았던 한마디는 하고 글을 마쳐야 속이 시원하겠다.
"이용호 의원님, 전라북도 남원에 공공의료대학 유치했다면서 나중에 시민들에게 표 받아 재선에 이용하시려는거 아니십니꽈아!?"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 보시라, 이렇게 길게 말했는데도 No라면, 더는 대화가 불가하다. 입 아프다,아니 손아프다. 더 이상 쓰질 말자.
p.s. 이용호 의원이 혹시나 정말로 대한민국 공공의료를 걱정하시는 것은 아닐까 싶어 서남의대가 폐지되기 전, 그리고 공공의료대학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오기 이전 언급한 사례가 있는지 모든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단 '한 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검색능력이 좋지 못한 것이겠죠.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