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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대선과 보건의료공약

    보건의료시스템 개혁할 적임자가 나타나길

    [칼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기사입력시간 2017-04-17 12:04
    최종업데이트 2017-04-17 12:1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5월에 치러져 장미대선이라 불리는 조기 대선의 대진표가 확정되고 각 당을 대표하는 후보들의 공약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사회, 문화, 복지, 경제, 교육, 국방 등 주요 국가 정책과 함께 보건의료 부문 정책도 각 당의 전문가들의 손을 통해 다듬어져 국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약들이 이번 조기 대선의 이름같이 장밋빛 일색이고 인기영합적이다.
     
    특히 대부분의 후보들이 건강보험 비급여의 급여 전환,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소아입원진료 본인부담 제로 공약 등 보장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 등으로 인한 건강보험의 재정 압박과 파탄 가능성에 대한 문제점은 애써 외면하려 하는 느낌이다. 즉 적정 부담, 적정 진료를 위한 국민 부담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설득하는 후보가 없다.
     
    물론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후보로서는 증세나 건보료 인상 등을 거론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입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이 큰 보장성 강화를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애써 공약 관련 재정추계를 줄여 국민들의 추가 부담없이 모든 것이 가능한 듯 포장한다든지, 아무런 재정 확보 방안도 제시 않는 무책임함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편 정부는 지난 14일 열린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에서 2017년 고령화·저출산 대책에 38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난임시술 건보 적용 등 저출산 관련 대책에 24조원, 고령화 대책에 14조원 등인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제 저출산·고령화 관련 보건의료 대책보다는 저출산·고령화 관련 복지정책이 주를 이룬다.
     
    즉, 건강보험 난임지원을 빼면 저출산 대책의 대부분이 청년일자리 창출과 같은 고용지원사업, 신혼부부 행복주택 같은 국민임대주택사업, 국공립·공공형 어린이집 확대, 중소기업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대책 등 출산 환경 조성을 위한 복지정책적 내용으로 정작 모성사망률 감소나 분만취약지의 실질적 해소를 위한 의료인프라 구축 등 내용은 빈약하다.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복지정책을 발표하며 보건의료를 들러리로 세우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당장 국민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청년수당이나 노령수당 등 복지 차원의 정책에 비해 보건의료정책은 상대적으로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에 밀려 들러리로 전락하는 보건의료정책 파트를 보건부로의 독립이 필요한 절실한 이유이다.
     
    사실 난임부부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확대도 직접 국고가 지원되는 것이라기보다 건강보험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고령화 대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치매예방 운동교실 확대 외에는 노인 고용지원사업, 주택담보 주택연금제도 확대 등 대부분이 복지정책이며 고령화시대의 의료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건강보험 지속·유지를 위한 근본대책은 손도 못 댄 상태이다.
     
    또한 지자체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출산 취약지 임신부 이송지원, 경증 치매노인 지원시설 확충, 경로당 전임 주치의제 등에 5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이중 경로당 전임주치의제와 관련, 의협은 우리나라의 경우 어르신들의 의료접근성이 좋아 효율성이 낮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에도 역행한다며 반대하였음에도 이를 한방주치의제 등으로 변형 강행하는 것은 부당한 정책 집행이다.
     
    이처럼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대선후보의 보건의료부문 공약이나 보건복지부의 면피용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보면 대부분 핵심을 피하고 변죽을 울리는 것들이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률은 올리겠다고 하나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폭증에 대한 대비책은 일차의료 활성화와 만성질환 관리방안 등 극소수이고 실제 필요한 건보재정 확충방안 등 알맹이가 빠진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건강보험 제도가 저부담·과소비 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더 이상 제도 자체를 유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급자를 규제하여 제도를 유지하는 방식은 그 한계점에 이르렀다. 이제는 적정부담·적정진료 원칙 아래 의료제도로 개혁하기 위해 정부 책임과 국민 부담 증가에 대한 설득 등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이를 실현 할 정부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너무 빠르고, 쉽고, 싸게 상급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의료전달체계 개혁이 시급한데 상급병원 외래진료 시 다빈도 질환에 대한 진료비와 약제비에 대한 본인부담률 대폭 인상, 동네 병의원 이용 시 본인부담 대폭 경감 등 페널티와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하고 실손보험에서 보장제외 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다빈도 질환에 한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어렵고, 비싸게 상급병원 외래진료를 이용하도록 유도하지 않으면 지금같이 상급병원으로 의뢰한 환자 중 99% 이상을 의뢰기관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홀드하는 환자 의뢰 및 회송체계로는 동네병원에서 1만원대에 해결할 질병을 회당 4만원 이상 부담하며 이는 계속 반복되어 결국 건강보험 재정부담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약을 통해 당장 선거에는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원가 이하의 수가에 대한 인상 없이 즉, 원가보전 없는 비급여의 급여화는 건강보험료율은 저부담이지만 실손보험 등을 포함한 총 의료비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의료왜곡을 가중시키고 결국 보험진료 비중이 100%인 의료기관은 사라지고 보험제도의 한 축인 공급자측 시스템은 붕괴하게 된다.
     
    이번에 치러질 대선에서 당장 눈앞의 표만 의식한 인기영합적이고 장밋빛 공약보다 대한민국 의료제도 백년대계를 위한 개혁적인 정책과 이에 대한 확고한 실현 의지를 갖춘 지도자가 나와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보건당국도 바로 티 나고 호응 받는 복지정책보다 당장은 효과도 나타나지 않지만 꼭 해야 할 보건의료 개혁에 좀 더 비중을 두어야한다.
     
    어떤 정책이나 공약의 포장에 속지 않고 본질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후보와 정당을 구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개혁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담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이 각각 부담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진정성 있게 말하고, 이의 실행방법을 제시하는 후보는 좀 더 믿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국가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아주 큰 재앙이 닥치지만 위정자들의 특성상 운 좋게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는 정도로 문제없이 임기를 넘기자는 생각들이 보편적이어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혁하려 하는 부담을 지려 하지 않는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번 대선에서는 꼭 이에 대한 위중함을 이해하고 대한민국 보건의료시스템을 개혁 할 적임자가 나타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