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일본 야마나시현이 의과대학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신 일정 기간 지역 내 근무를 의무화한 제도에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과하던 위약금 조항을 폐지하기로 했다.
8일 요미우리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마나시현은 지난 4일 '지역의사제(地域枠等医師キャリア形成プログラム)’ 제도를 개편해 위약금 조항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일정 기간 근무를 완료하면 장학금 상환이 면제되는 구조였으나, 중도에 근무를 중단할 경우 위약금과 함께 전액 상환을 요구해 왔다.
해당 제도는 2019년 도입된 것으로 지역의사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의사 면허 취득 후 9년 동안 지정된 현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면 상환을 면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존 제도에서는 중도 이탈 시 장학금 936만엔 전액 상환(한화 약 8822만 원)과 함께 연 10%의 이자, 최대 약 842만 엔(한화 약 7936만 원)에 달하는 위약금이 부과되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 개편에 따라 위약금은 폐지되지만, 연 10% 이자 조항은 유지된다. 또한 장학금 상환액은 근무 기간에 따라 감액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며, 구체적인 감액 비율은 향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장학금 지급액도 인상된다. 기존에는 국공립·사립 구분 없이 월 13만 엔이었으나, 앞으로는 국공립대는 월 20만 엔, 사립대는 월 25만 엔으로 상향된다.
이번 조치는 해당 위약금 조항이 위법하다는 소송 결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기구 일본(消費者機構日本)’은 이 조항이 부당하다며 삭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 고후지방법원(甲府地裁) 1심 판결에서 조항의 효력 정지가 인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소비자단체는 지역의사제 위약금이 계약 해지에 따른 현의 평균 손해액을 초과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 역시 해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의사라도 현의 학자금대출 제도 이용자라면 소비자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이 소비자계약법에 적용될 수 있다"면서 "위약금 조항은 의사에게 현저하게 과도하다. 이는 의사 장래의 직업 선택의 기회를 크게 저해시킨다는 점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계약서의 서식이 일방적으로 제시돼 내용을 협상할 여지도 없이 소비자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해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 이후 나가사키 고타로(長崎幸太郎) 야마나시현 지사는 “상급심에서 철저히 다투겠다”고 반발하며 도쿄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이번에 입장을 바꿔 조항 폐지를 결정했다.
나가사키 지사는 “재판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을 반영해, 질 높은 의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관점에서 제도를 재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지역의사제는 의무불이행 시 지원금 반환 외에 별도 위약금은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복무기간은 10년(국립의학전문대학원은 15년)으로 더 길고, 의무복무 관련 시정 명령 불응으로 면허정지를 3회 이상 받거나 의무복무를 아예 포기할 경우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
이번 재판에서 위약금 조항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이끌어 낸 나카노 카즈코(中野和子) 변호사(심포니아 법률 사무소)는 메디게이트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위약금도 과도한데, 면허를 조건으로 걸어 지역의료 문제 해결에 대한 부담을 의사 개인에게 지우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의료 취약지에서도 의사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