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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58건…AI·디지털 치료기기 3분의 1 넘었다

    2026년 1분기 5건 신규 등재 모두 AI·디지털 치료기기…급여 전환은 과제

    기사입력시간 2026-04-08 12:56
    최종업데이트 2026-04-08 12:5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4월 1일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고시' 전문을 개정·발령하면서,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이 총 58건으로 확대됐다. 2016년 제도 도입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주목할 점은 전체 유효 항목 47건 가운데 AI 의료기기와 디지털 치료기기가 17건(36.2%)을 차지하며 사실상 제도의 '주류'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7일 복지부가 지난 1일 개정·발령한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고시'에 따르면 새롭게 '디지털 치료기기를 이용한 주요우울장애 환자의 인지행동치료'와 '인공지능기반 12 유도 심전도 데이터 활용 좌심실수축기능부전 선별 검사'가 추가 돼 2028년 3월 31일까지 신의료기술의 평가가 유예된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은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일정 기간 유예하고, 의료 현장에서 비급여로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의료기관은 최초 시행 후 30일 이내에 요양급여 결정을 신청해야 하며, 유예 기간 종료 전까지 급여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 

    혁신 의료기술의 임상 현장 진입을 앞당기는 '패스트트랙' 역할을 하면서도, 급여화 이전 단계에서 환자 접근성과 비용 부담 사이의 긴장이 존재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분야별 현황 (유효 47건 기준)

    AI 의료기기, 심전도·영상·병리 전 영역으로 확산

    이번 고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AI 의료기기의 폭발적 증가다. 현행 유효 47건 중 AI·디지털 의료 분야가 14건, 디지털 치료기기가 3건으로 합산 17건에 달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심정지 예측, 경도인지장애 선별 등 소수에 그쳤던 AI 기술이 이제는 심전도 분석, 영상 판독, 병리 진단, 안과 측정까지 의료의 거의 모든 영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12유도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술이 5건 집중 등재되고 있다. 그 종류만 심기능 이상 위험도 평가, 부정맥 발생 예측, 대동맥판막 협착증 선별, 발작성 심방세동 위험 평가, 좌심실수축기능부전 선별에 이른다.

    기존에 심전도 판독이 전문 심장내과 의사의 영역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AI가 1차 의료기관 수준에서도 심장 질환의 조기 선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영상 진단 분야에서도 확산세가 뚜렷하다. 유방촬영술 판독 보조, CT 영상 활용 폐암 진단 보조, 흉부 X-ray 기반 골다공증 선별, 대장내시경 용종 검출 보조까지, AI가 방사선과·소화기내과·정형외과를 아우르며 '영상 판독 보조'라는 공통 기능을 축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 3건 등재, 정신건강 영역 선도

    디지털 치료기기(DTx) 역시 주목할 변화다. 이명 환자 인지행동치료, 범불안장애 약물 보조 치료, 주요우울장애 인지행동치료 등 3건이 등재돼 있으며, 모두 정신건강 영역이다. 56번과 57번은 각각 2026년 2월과 4월에 신규 등재된 최신 항목이다.

    이명·불안·우울이라는 세 가지 적응증이 모두 기존 약물치료의 한계가 지적돼 온 영역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치료기기가 정신건강 분야에서 '대안적 치료 수단'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경두개직류자극술을 이용한 우울장애 치료가 의료기기 기반 시술로 2022년부터 유예 상태에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소프트웨어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알츠하이머·뇌손상 등 혈액 기반 진단 보조 확대

    진단검사 분야에서는 혈액·체액 기반의 비침습 진단 기술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 보조 혈장 단백 검사, 외상성 뇌손상 진단 보조 GFAP·UCH-L1 검사, 유방암 선별 보조 혈장 단백 검사, 대장암 진단 보조 SDC-2 유전자 메틸화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혈장 단백 검사는 Aβ40, LGALS3BP, ACE, POSTN 등 4종의 혈장 단백질을 형광면역분석법으로 측정하는 기술로, 기존 PET-CT나 뇌척수액 검사에 비해 환자 부담이 크게 낮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12월에 등재돼 2026년 12월까지 유예 기간이 설정돼 있다.

    2026년 신규 등재 5건, AI 진단·디지털 치료 일색…급여 전환은 '과제'

    이처럼 올해 들어 3차례 개정(1월·2월·4월)으로 신규 등재된 5건은 모두 AI 진단 또는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점에서, 평가 유예 제도가 사실상 디지털 의료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AI·디지털 의료기기 허가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의료기술평가 파이프라인에도 AI 관련 기술이 다수 대기 중인 상황"이라며 "향후 평가 유예 등재 역시 AI와 디지털 치료기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 시행 10년차를 맞으면서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58건이 등재됐지만 삭제된 11건을 제외하면 실제 급여로 전환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유예 기간 종료 이후 재유예가 반복되는 구조라면 제도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유효한 47건 가운데 유예 기간이 2022년에 시작된 초기 항목이 여전히 다수 남아 있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업계에서는 일부 기술의 경우 유예에서 급여로의 전환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평가 유예 제도가 혁신 기술의 임상 현장 진입을 앞당기는 '패스트트랙'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급여 전환 경로가 명확하지 않으면 사실상 '영구 비급여'로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AI 의료기기와 디지털 치료기기가 제도의 중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들 기술이 유예 단계를 넘어 실제 급여 영역에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제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