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혈액 항응고제 및 급성 췌장염 치료제의 성분인 '나파모스타트'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 효능을 가졌다고 14일 밝혔다.
연구소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진입 시 스파이크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TMPRSS2라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작용한다는 최근 독일의 연구 결과를 참고, TMPRSS2 억제 약물인 ‘나파모스타트’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세포배양 실험을 통해 분석한 결과, 나파모스타트가 약 3000여종의 약물 중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보였다. 이는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된 렘데시비르와 비교 시 수백배 우수한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연구에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원숭이의 신장 세포 대신 사람의 폐 세포를 활용해 항바이러스 효능을 분석하고 결과를 비교 검증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5월 12일(현지시간) 공개됐으며, 연구소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특허를 지난달 20일 출원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나파모스타트 관련 코로나19 임상연구가 진행 중인만큼, 향후 임상에서의 효능 확인을 통해 실제 치료제로 사용가능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10개 병원이 참여한 연구자임상시험(총괄책임자 경상대학교병원 감염내과 배인규 교수)이 식약처의 승인을 거쳐 수행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 일본 등 해외에서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류왕식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은 "최근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보다 세포수준에서 수백 배 높은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였다"면서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 종식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나파모스타트는 원래 항응고제로 사용되는 약물이므로, 코로나19 폐렴의 주요 병리인 혈전 등의 감염에 의한 급성 폐렴 증상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파스퇴르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이미 허가받았거나 개발 단계의 약물 중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를 지난 2월부터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