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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수 늘리면 '필수의료 의사'는 오히려 감소한다?

    필수의료 진입 기대값, 기대 수익 대비 의료사고·소송·면허 위험 등 비용 비교…의대증원 아닌 필수의료 유인 여건부터 고려해야

    기사입력시간 2026-09-30 12:31
    최종업데이트 2026-09-30 12:3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면 오히려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은 줄어들 수 있다는 학술적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AX실(정보화실) 유호준 연구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지(JKMA) 9월호를 통해 '의사 증원이 필수의료 전문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Why more doctors may not mean more essential-specialty physicians)' 논문을 공개했다. 

    필수의료 근무 기대값=기대 수익-소송·면허상실 위험

    유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면 필수의료 인력 부족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인력 양성 과정의 앞단에 투입되는 정책이지만, 이미 배출된 전문의가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는 이유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사 수를 늘려도 실제 필수의료 역량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유호준 교수는 논문에서 의사가 필수의료 분야에 진입하거나 계속 근무할지를 ‘기대값’의 문제로 설명했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과 의료사고·소송·면허 위험 등 기대 비용을 비교해 의사들이 진로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의사가 필수의료 분야에 진입하거나 계속 근무할지를 나타내는 기대값(EV)를 알아볼 수 있는 계산식으로 E(V)=(P success×R net)-(P suit×C risk)를 제시했다. 

    여기서 P success는 심각한 소송이나 면허상 문제 없이 진료 경력을 이어갈 가능성, R net은 생애 순수익, P suit는 진료 생애 동안 부담하게 되는 소송 위험, C risk는 소송이나 면허 상실이 초래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의사 늘어도 소송 위험 여전…수익은 오히려 줄어

    논문의 전제는 건강보험 재정과 급여 총액이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 의사 수만 늘리면 필수의료 업무의 총량이 늘지 않은 채 의사 1인당 수익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수가와 환자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공급자만 증가하면, 의사 개인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반면 의료사고와 소송, 면허 위험은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자동으로 감소하지 않는다.

    결국 기대 수익은 낮아지고 위험 비용은 그대로인 상황이 지속되면, 의사는 필수의료 대신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고 수익을 조정하기 쉬운 분야로 이동하게 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시말해 전체 의사 수는 늘어나지만 필수의료 유인 구조가 오히려 악화되면서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줄어드는 '확장의 역설(paradox of expansion)'이 발생한다는 게 논문 주장의 핵심이다.  

    필수의료 유인 여건 개선하면 의대증원 없이도 기피과 문제 해결 가능
     
    기준 시나리오에서 기대값은 +0.40이었다. 의대 정원 확대 이후에도 의료소송 위험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기대값은 +0.14로 낮아졌고, 정원 확대와 함께 소송 위험이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0.16으로 음수가 됐다. 사진=JKMA


    계산식을 근거로 유 교수가 제시한 필수의료 유인 시나리오를 보면, 의대정원 확대가 없고 소송 위험이 유지되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E(V)가 +0.40라고 가정할 때, 의대정원이 늘고 소송 위험이 유지되는 두 번째 시나리오 E(V)는 +0.14으로 감소하게 된다. 

    또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소송 위험까지 증가하는 세 번째 시나리오에선 E(V)값이 -0.16으로 오히려 마이너스로 전환된다. 

    실제로 유 교수는 전문의 자격과 실제 진료 사이 불일치율이 전문과목별로 균일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2023년 3월 건강보험 청구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차의료 영역에서 전문의 자격 과목과 의료기관에 표시된 진료과목이 다른 비율은 심장혈관흉부외과가 81.9%로 가장 높았다.

    또한 외과는 52.1%, 산부인과는 38.0%, 소아청소년과는 24.1%, 내과는 12.1%로 나타났다.

    즉 응급·수술 비중이 크며 의료법적 위험이 큰 분야에서 전공과 실제 진료의 불일치가 높게 나타난 셈이다. 유 교수는 이 결과가 수가와 법적 위험 등 전문과목별 유인 구조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유호준 교수는 "필수의료 업무의 수익을 끌어올리고 의료법적 비용을 낮춰 기대값을 회복시키는 것은 전문의들이 그 분야로 다시 들어올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원리적으로는 의대정원 증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가능할 수 있다"며 "정원 조정만으로 필수의료 기피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필수의료 유인의 층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