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하지정맥류 환자들에게 보험사가 공식 약관에도 없는 '상급병원 입원이 아니면 입원의료비를 인정하기 어렵다, '70세 미만이면 입원 인정이 어렵다'는 등 자의적 진료 기준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개별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A보험사, B보험사 등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공개된 약관이나 홈페이지의 심사기준과는 별도로, 수술 예정 환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입원 인정 기준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A보험사는 하지정맥류 입원인정 기준과 관련해,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포함) 입원 또는 65세 이상 환자여야 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외 인정 기준은 ▲심부전, 부정맥, 천식, 만성폐쇄성질환, 신부전 치료 중인 환자 ▲항혈전제 복용 중인 환자 ▲전신마취 시행 환자에 한정된다.
B보험사도 문자메지시를 통해 ▲70세 이상의 고령환자 ▲항혈전제 복용 후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 ▲혈전절제술 등 직접수술을 시행한 환자 ▲후유증 혹은 합병증 발생으로 입원 전환이 필요한 환자로 입원 필요성을 제한했다.
문제는 해당 문자 안내가 환자의 상태나 의료진의 판단을 개별적으로 검토한 결과가 아니라, '나이'나 '의료기관 종별' 등 일률적인 기준을 미리 제시하며 사실상 '입원비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특히 문자메시지로 안내된 보험 심사 기준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 약관이나 심사기준과도 차이를 보인다.
B보험사 홈페이지 공식 하지정맥류 입원 심사기준을 살펴보면 ▲수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진단받은 전신질환'이 있는 환자 ▲항혈전제를 복용해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 ▲후유증 혹은 합병증 발생으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 정도만 제시돼 있고 환자 나이 기준은 없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지난 6월 대법원 판결이 있다. 대법원은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해 정맥 내 카테터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은 환자에 대해, 입원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입원보험금 지급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단순히 입원 수속을 밟았거나 병원에 일정 시간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 입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실질적인 입원 필요성을 심사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조정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병원에서 머문 시간이나 입원 수속 여부만으로 입원의료비가 지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하지정맥류 치료 심사기준 변경 후에는 환자의 상태와 구체적인 시술내용, 시술 후 합병증이나 부작용 발생 여부,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처치 필요성, 실제 입원 중 이뤄진 치료 및 간호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의료계 현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변경된 보험업계 입원 필요성 심사 기준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정맥학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 문제의 핵심은 수술을 앞둔 환자들에게 보험사가 갑자기 약관에도 없는 조항을 만들어서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 수술을 못하게 겁을 주는 것"이라며 "해당 조항들 역시 의학적인 검토나 근거가 없고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만든 개별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합병원급 이상, 70세 이상 환자 등 기준은 보험사가 수술과 입원 자체를 줄이기 위한 꼼수다. 상급병원들은 대기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법적으로 중증도를 유지하기 위해 정맥류 같은 경증 수술은 1년에 시행 횟수가 엄격히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나 입원을 의료기관 종별로 어디는 보험을 인정해주고, 작은 병원은 인정을 해주지 않는 등 임의 기준으로 차이를 두는 것은 엄연한 의료기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련 학회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제시한 합병증 기준은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이다. 발생하면 환자가 정말 고생하는 질환들"이라며 "이면계약처럼
임의로 환자들에게 개별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수술을 주저하게 만들거나 수술하기도 전에 입원치료비가 안 나올거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은 크게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세부적인 입원 기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국소마취와 반수면마취로 당일입원이면 충분히 진료가 끝나는 사례도 많다"며 "그러나 전신마취를 해야만 입원을 인정해주면 오히려 환자 마취 리스크만 더 높아질 수 있다. 논리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