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단순히 가격만을 공개해 병원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었던 비급여 진료비용이 공개됐다.
이번에는 전국 3666개 병원 107개 비급여 항목이 그 대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체외충격파치료', '노로바이러스 항원검사' 등을 포함한 '2017년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용'을 3일부터 공개한다.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는 심평원이 2013년부터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의료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됐으며, 갈수록 그 대상과 항목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심평원은 150병상 이상 병원급 2041개 병원 52개 비급여 항목 가격을 공개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의 107항목으로 대상이 확대됐고, 내년에는 200항목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2017년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용'은 전체 병원 3666기관 중 3647기관이 자료를 제출해 99.5%의 제출률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95.7%보다 3.8% 상승했다.
체외충격파치료 등 진료비용 차이 커
이번 비급여 진료비용을 살펴보니 실제로 체외충격파치료(근골격계), MRI, 초음파 등은 장비 종류 및 시술방법 등에 따라 진료비용이 큰 폭으로 차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외충격파치료의 경우 상급종합병원끼리도 비용이 최대 33만원 이상 차이 났으며, 병원과 상급종합병원 간 차이는 36만원이었다.
가장 많은 의료기관에서 똑같이 받고 있는 비용인 최빈금액은 병원과 종합병원은 5만원, 상급종합병원에서는 10만 4천원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뇌 MRI 진단료도 전체 병원 중 최저 금액은 16만원, 최고 금액은 82만원이었으며, 임산부 초음파 검사료(정밀) 또한 최저값은 만원, 가장 최고값은 39만원에 달했다.
노로바이러스 항원검사 등은 비슷한 수준
2017년 추가된 항목들 중 노로바이러스 항원검사(간이검사), 폐렴 연쇄상구균 소변항원검사(간이검사) 등은 병원 규모와 상관없이 진료비용이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빈금액 또한 2만~3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검체검사료 중 HIV항체검사(현장검사)의 경우에는 최빈금액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병원 규모에 따라 최저, 최고 비용이 차이가 나기도 했다.
다빈치 로봇수술, 시력교정술 등 일부 가격 인하
심평원은 일부 비급여 항목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후 가격인하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2016년 비급여 진료비용과 비교해 같은 항목에서 2017년에는 비용이 인하됐다는 설명이다.
다빈치 로봇수술료(전립선암)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최저·최고비용이 모두 20% 내외로 인하됐으며, 종합병원에서도 최고비용이 7% 인하됐다.
상급병실료 차액(1인실)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최저비용이 8% 인하됐으며, 시력교정술 레이저각막절삭성형술(라식)의 경우 2016년에는 최저값이 100만원이었지만 2017년에는 최저값이 70만원으로 조사돼 30% 인하되기도 했다.
부정적 효과, 국민들 인지도 저하 등은 해결해야
그러나 의료계 등 일각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심평원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역효과 또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 의료기관마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가격공개는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병원을 선택하는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과 민간보험사의 부정적인 이용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소비자와 함께 박명희 대표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놓고 "단순히 가격만을 비교해서 공개하는 것은 형식적이다"라면서 "소비자는 병원의 질 차이를 알고 싶은 것으로, 정보를 더 세분화해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평원 의료분류체계실 비급여정보분류부 공진선 실장은 "이러한 역효과에 대비해 심평원에서는 비용의 최빈값, 중앙값 등의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국민들 인지도 또한 아직은 미미한 것이 사실이나 2015년 33.8%에서 2016년 36.5%로 상승한 만큼 더욱 다양한 홍보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은 해당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대상기관임에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기관은 의료법 제45조 및 복지부 고시 등에 따라 지자체 보건소를 통해 명단을 통보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공진선 실장은 "제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서 이를 무시한다면 의료법 제92조에 따라 2백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