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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형사 처벌…응급의학 전공의 판결에 의료계 ‘응급의료 붕괴’ 우려

    멕페란·횡격막 탈장·장정결제 투여 사건 등서 반복된 쟁점은 ‘인과관계’와 ‘사후적 판단’

    의료계 “응급실·분만·외상 등 필수의료는 불확실성 큰 영역…형사처벌 반복되면 진료 회피 불가피”

    기사입력시간 2026-05-14 07:21
    최종업데이트 2026-05-14 07:25

    서울고등법원 전경. 사진=서울고등법원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응급실로 이송된 20대 주취 환자의 뇌경색을 적시에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응급의학과 전공의 2명에게 금고형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거에도 환자에게 중대한 악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에게 금고형 등 중한 형사처벌이 내려졌다가,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뒤집힌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의료계는 이처럼 악결과만을 이유로 의료진을 범죄인 취급하는 판결이 반복될 경우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응급의료 붕괴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2018년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20대 남성 뇌경색 환자를 적시에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시 응급의학과 전공의 2명에게 각각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의료계는 주취 환자 특성상 신경학적 진찰과 검사 협조가 어렵고, 응급실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이뤄진 판단에 대해 결과만을 근거로 젊은 전공의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지역의사회까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의료계 전반으로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처럼 하급심에서 의료인의 과실을 인정해 금고형을 선고했다가, 수년간 재판이 이어진 끝에 상급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사례가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최근 주요 의료관련 형사사건 판결 결과 (사진=메디게이트뉴스)

    ‘멕페란 사건’ 흔한 약 처방이 금고형으로…대법원 “과실 있어도 인과관계 추정 안 돼”

    이와 유사한 가장 최근 사례는 이른바 ‘멕페란 사건’이다. 해당 사건의 의사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80대 환자에게 항구토제인 맥페란을 투여했다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원심은 의사가 환자의 파킨슨병 병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해당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맥페란 투여와 환자의 상해 사이에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창원지법 파기환송심은 지난 3월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해당 의사는 최종 무죄 판단을 받기까지 약 4년간 형사재판의 부담을 감당해야 했다.

    의료계는 당시에도 “금기약 처방 여부와 별개로 실제 환자 악화가 해당 약물 때문인지 엄격히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하급심에서는 이 같은 인과관계 문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전공의 사건에서도 의료계는 “응급실에서 뇌경색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했어야 한다는 사후적 판단과 실제 전공의들의 진료행위가 환자의 후유장애로 이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횡격막 탈장 오진 사건' 의사 3명 법정구속 파문…응급의학과 의사는 최종 무죄

    2018년 의료계를 크게 흔든 횡격막 탈장 오진 사건도 이번 판결과 함께 재소환되고 있다. 8세 환아의 횡격막 탈장을 변비 등으로 오진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로 의사 3명이 1심에서 금고형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사건이다.

    항소심은 1심을 파기하고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도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한 무죄를 확정했다.

    당시 법원은 최초로 환자를 진료한 응급의학과 의사가 전문의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진료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가정의학과 전공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유지됐다.

    해당 사건은 응급실 초진 단계에서 제한된 정보로 환자를 평가한 의료진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결국 상급심은 응급의학과 진료의 특수성과 해당 진료행위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고려해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횡격막 탈장 사건 이후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는 것 자체가 형사 리스크”라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이번 뇌경색 전공의 금고형 판결 역시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에게 같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장정결제 투여 사망 사건' 교수는 무죄 취지, 전공의는 유죄 확정…전공의 책임 집중 논란

    장폐색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한 뒤 장 파열과 사망이 발생한 사건도 전공의 책임 문제와 관련해 거론된다. 이 사건에서 2심은 대학병원 교수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전공의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교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전공의에 대해서는 원심 유죄를 확정했다. 사건의 쟁점은 지도·감독 관계에서 교수와 전공의 사이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였다.

    이번 전공의 금고형 사건에서도 의료계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피고인이 당시 응급의학과 전공의였기 때문이다. 전공의는 독립적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이지만, 동시에 수련 과정에 있는 인력이다. 응급실 현장에서는 상급자 보고 체계, 병원 시스템, 검사 접근성, 당시 병상·인력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의료계는 이처럼 수련 중인 전공의 개인에게 형사책임이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되면 필수과 수련을 선택할 이유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업무상과실 막연하게 인정하는 사례 늘어…“응급의료·필수의료 기피 심화”

    2023년 대법원은 한 업무상과실치상 사건에서 “업무상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해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행위로 인해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추정하거나 단순한 가능성‧개연성 등 막연한 사정을 근거로 함부로 이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악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의료진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번 전공의 판결이 내려진 지역의 대전광역시의사회는 “고의가 아닌 선의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을 묻는 구조가 필수의료 붕괴의 주범”이라며 “의사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으로 진료하는 현실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판결로 인해 젊은 의사들이 응급의료와 필수의료를 더욱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응급실 뺑뺑이와 필수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은 현장 목소리를 외면한 사법당국에도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역시 “이 같은 판결은 다음 세대를 짊어질 젊은 의사들이 응급의료, 필수의료, 지역의료 종사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며 “항소심에서 올바른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사고 형사사건에서 핵심은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당시 의료진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는지, 그리고 그 판단과 환자의 상해 사이 인과관계가 엄격히 증명됐는지 여부”라며 “이 원칙이 흔들리면 의사들은 위험한 환자를 적극적으로 진료하기보다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은 환자 상태가 불분명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판단해야 하며, 주취·의식저하·협조 불량 환자도 많다”며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결과만 놓고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응급의료를 지킬 의사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