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시험 응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와 여당은 재응시 기회에는 국민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학생 대표들은 24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국시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의사 국시 실기시험 취소를 했던 2726명이 대상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날 "정부의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고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 의사 표명만으로 추가적인 국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사 국시에 대한 추가적인 기회 부여는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공정성에 대한 문제, 이에 따른 국민적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최대집 의협회장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찾아가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 문제를 논의했지만 마찬가지 답변을 받았다.
최 회장은 “의대‧의전원생들이 치열한 고민 끝에 국시 응시 의사 표명이라는 결정을 한 만큼, 국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의협과 복지부 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 협조 필요성을 전달했다.
최 회장은 “의-여-정 합의의 주체들로서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이 9.4에 협약한 사항들을 이행해나가기 위한 지속적이고도 실질적인 협의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중간 조율 등 다방면으로 힘써주기를 기대한다”고 말다.
그러나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의대생들은 이미 한두 번 정도 응시 기한을 늦추는 조치를 했는데도 거부했다. 굉장히 안타까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 정책위의장은 “국시 응시 문제는 다른 국가시험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국민이 공정 문제로 국가시험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감안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좀 시간을 두고 보자고 했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에 부담을 느낀 것은 국민 여론이었다.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 제목의 국민청원은 9월 23일 57만1995명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대생들의 사과가 빠졌다"는 여론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청원인은 "시험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투쟁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집단은 거의 없다. 투쟁의 수단으로 포기한 응시의 기회가 어떠한 형태로든 추가 제공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 없다“라며 ”그 자체로 그들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그들의 생각대로 추후 구제, 또는 특별 재접수라는 방법으로 의사면허를 받게 된다면 그들은 국가 방역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총파업을 기획하고 있는 현 전공의들보다 더한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일 것이다”라며 “그때마다 국민들은 질병 자체에 대한 불안함 보다 더 큰 불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의대생들은 국시 응시 표시 외에 추가적인 사과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국시 응시와 관련한 전체투표에서 여전한 국시 거부 의사를 밝힌 의대생들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무엇보다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가 안되면 의료공백이 생긴다는 것을 강조했다. 국시 미응시의 여파는 한 해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연결되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의료계, 국민들이 냉철하게 생각하고 의사 국시에 대한 공정성을 이해해야 한다”라며 “의대생들의 이번 국시 거부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부당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특별하게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와의 협상에 나선 의협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의-여-정 합의 이행을 강조하려면 의대생 국시 구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7일 의대생 국시 구제책이 없다면 합의가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의협은 “일방적인 의료정책에 대한 정당한 항의였던 의대생의 국시 거부에 대해서는 마땅히 구제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지난 4일 정부·여당과의 합의가 의대생과 전공의 등 학생과 회원에 대한 보호와 구제를 전제로 이뤄진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구제책이 없다면 합의 역시 더는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이 날치기 서명을 하는 바람에 결국 힘 없는 의대생들만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라며 "정부는 의료공백 문제를 우려해 국시 재응시 기회를 논의하고 의협과 의대 교수들이 전면에서 의대생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