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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해철법에 대한 오해와 의료계 우려

    방어진료, 영장없는 압수수색을 우려하는 이유

    기사입력시간 2017-04-15 08:52
    최종업데이트 2017-04-15 09:22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의료분쟁 자동개시(신해철법)를 포함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사항에 대해 오해가 확산되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진화에 나섰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14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사고 예방업무 활성화 워크샵을 열었다.
     
    이날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이희석 상임조정위원은 '의료분쟁조정 개정법 바로 알기' 강의를 통해 잘못 알려진 것들을 조목조목 해명했다.  
     
    우선 그는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 제도가 의료인의 동의 없이 환자의 조정 신청만으로 조정절차가 성립됨에 따라 의사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소개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신해철법은 ▲환자가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1급 장애 중 하나에 해당하면 의사가 의료분쟁 조정에 동의 내지 응하지 않더라도 환자 측이 조정 신청을 하면 자동으로 조정절차가 개시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희석 상임조정위원은 "조정절차 전후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면서 "(신해철법과) 재판청구권 침해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통계자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신해철법으로 인해 방어진료가 늘어나고, 의사들이 외과, 산부인과 등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일부 진료과목에 대한 기피현상은 진료수가, 자기행복추구 우선 등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된 것이지 자동개시제도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신해철법이 시행된 지난해 11월 30일 이전의 사망 사건 등도 자동개시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개정법 시행 이후 발생한 의료사고부터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11월 30일 이후 종료된 의료행위로 인해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등의 의료분쟁에 대해서만 자동 개시된다는 것이다.
     
    그는 조정절차 개시를 거부하면 형사처벌 받는다는 주장과 관련 "의료분쟁 조정제도는 자율적인 분쟁 해결 절차일 뿐 처벌과는 관련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특히 이희석 상임조정위원은 "조정제도를 이용해 조정이 성립하면 형사처벌특례에 따라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사망을 제외한 의료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조정이 성립하면 형사사건에서도 의사를 기소하지 않고,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한다"고 환기시켯다. 
     
    그는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조정이 성립되면 약식기소 등으로 정상을 참작한다"며 조정제도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했다.
     
    조정절차가 개시되면 무조건 현장실사를 받는다는 소문 역시 오해라는 게 이희석 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진료기록 등에 대한 서면조사만으로는 감정 결과를 도출하기가 어렵거나 특별히 현장조사를 할 필요성이 있을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실시하고, 현장조사 7일 전까지 사유와 일시 등을 서면으로 통보한 후 하는 것이어서 의료기관의 피해와 불편이 없도록 운영한다"고 피력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통계자료

    또 그는 의료인 또는 병원의 과실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무과실 배상제도에 따라 의료기관이 30%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희석 위원은 "이는 분만에만 적용한다"면서 "의료인이 분만 과정에서 충분히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불가항력의료사고를 보상하는 제도를 오해한 것"이라고 바로 잡았다.
     
    불가항력의료사고 보상제도는 분만과정에서 생긴 뇌성마비, 산모 또는 신생아 사망으로 한정하며, 보상재원은 국가가 70%, 의료기관이 30%(분만 1건당 1100원 부담)를 분담한다.
     
    그러나 항간에 떠도는 이런 이야기들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해명으로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단순 오해로 치부하기에는 의료계의 우려와 불만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신해철법 이후 의료분쟁 자동개시 건수를 보면 올해 1월 6건, 2월 10건, 3월 30건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전망이어서 고난이도 수술을 해야 하는 진료과를 중심으로 방어진료를 초래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가 높은 게 현실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예외적으로 현장조사한다'고 항변하지만 의사들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의료분쟁조정법을 보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위원 또는 조사관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보건의료기관에 출입해 관련 문서 또는 물건을 조사, 열람, 복사할 수 있다고만 명시하고 있을 뿐 '예외적으로 현장조사한다'는 조항은 그 어디에도 없어 현장실사를 남용할 소지가 없지 않다.  
     
    여기에다 조사·열람 또는 복사 하기 위해서는 7일 전까지 의료기관에 그 사유와 일시 등을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지만 '긴급한 경우'나 '사전 통지시 증거 인멸' 등이 우려될 때에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법에 명시하고 있다. 

    얼마든지 사전통보 없이 조사를 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정중재원의 의료사고 조사를 거부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어 의료기관들은 과잉 조사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와 함께 의료계는 의사의 과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재원 일부를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에 대해 국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이런 쟁점을 합리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의료분쟁 조정을 둘러싼 오해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