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고혈압 유관학회들이 11월 목표 혈압 수치를 낮추는 개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가운데, 내년 초 국내에서도 고혈압 치료 지침에 관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대한고혈압학회 강석민 총무이사(연세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19일 열린 이달비 출시 간담회에서 미국 고혈압 치료지침 개정에 관해 주제발표하면서 "내년 1월 8일 질병관리본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학회가 모여 치료지침을 어떻게 개정할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고 밝혔다.
학회는 이날 미국 가이드라인 개정의 근간이 되는 SPRINT 연구의 한국형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K-SPRINT연구를 제의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J-SPRINT 연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가이드라인은 그동안 고혈압 치료를 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을 근거 중심으로 정리했지만 여전히 학계에서 논쟁이 있는 부분이 있어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강 이사는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 또는 만성콩팥병(CKD)이 있거나 65세 이상 고령이면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이 10% 이상인 환자에서는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유지하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서 엄격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SPRINT 연구 중 65세 이상 하위그룹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엄격하게 유지하는 것이 심혈관 아웃컴이나 사망률 측면에서 더 혜택이 좋았다고 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초고령 환자에서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목표 혈압 수치를 낮추는 것은 단순히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파급이 크다는 점에서도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강 이사는 "미국 학회에서 제시한 것을 따를 것일지 여부는 고혈압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많다"며 "미국에서 제시하는 근거는 미국 정부 산하기관에서 주도한 연구 결과로 충분히 이해하지만 우리나라의 데이터 없이 미국 기준을 우리나라 환자에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결론내리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학문적인 측면에서는 빨리 조절하는 것이 관련 합병증이나 사망률을 줄인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진단기준 개정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 입장"이라고 전했다.
학회는 내년 초 질본, NECA와 함께 업데이트에 관해 논의하고, 진료지침 개정위원회에서 분석한 다음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