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학교 구재단 측이 예수병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서남의대 인수를 향한 경쟁 구도가 명확해졌다.
예수병원 유지재단은 25일 서남대학교 구재단 측과 '서남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MOU'를 맺고, 금주 안에 교육부에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임시이사회 승인을 받았던 명지병원은 구재단 측의 지지를 등에 업은 예수병원과 서남대 인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명지병원의 재정기여자 선정 때부터 최근까지 서남대 정상화 과정을 정리해봤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명지병원
작년, 이사장 횡령과 의대 부실운영으로 서남대가 퇴출 위기에 몰리자, 교육부는 학교 정상화를 위해 9명의 관선 이사(=임시이사)를 학교에 파견했다.
임시이사회는 올해 2월 '8개 조건부 이행요구사항'을 수용한 명지병원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주고, 인수 절차에 박차를 가한다.
임시이사회는 6월 3일, 명지병원 의료진 93명을 서남대 재정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교수로 임용하고 학생들의 교육을 맡긴다.
명지병원은 이 때까지만 해도 착실히 인수 절차를 밟는 것처럼 보였고,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구재단 측을 빼면 말이다.
구재단의 반격
지난 9월 한 신문 지면에 아래와 같은 공고가 나면서, 서남대 인수 문제는 다시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됐다.
구재단이 주축이 돼 조직한 '서남대 정상화 추진위원회'란 단체가 게재한 지면 광고는, 새로운 인수자를 공모한다는 내용이었다.
'서남대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임시이사회가 선정한 명지병원과는 별개로 재정기여자를 독자적으로 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0월 28일, 예수병원은 경쟁했던 부영건설과 중원대를 따돌리고 구재단 측이 선정한 재정기여자로 선정됐다.
예수병원은 첫 제안설명회에 당시 구재단 측으로부터 대학교 부제 문제를 약점으로 지적받아, 유력 대학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약속하고 다시 제안해 선정됐다고 한다.
공은 사학분쟁위원회로
다시 지난 9월이다.
당시 명지병원이 서남대를 큰 무리 없이 인수할 거라던 예상과 달리, 구재단 측이 새로운 재정기여자 공모를 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복수의 재정기여자와 '정상화추진계획서'가 탄생할 운명에 처한 것이다.
이에 재정기여자 심의 기관인 사학분쟁위원회(이하 사분위)는 양측에서 제출할 '계획서'가 모두 유효하며, 공정하게 평가해 인수자를 선정하겠다고 확인해줬다.
덧붙여 사분위는 명지병원이나 예수병원, 어느 법인이라도 계획서를 제출하기 전 반드시 설립자와 구재단의 동의는 받아야 한다고 밝혀, 예수병원 입장에서는 한결 수월해졌다.
구재단 측은 구치소에서 폭행을 당한 이홍하 전 이사장이 현재 재수감을 두려워하고 있고, 2차 공판도 얼마 남지 않아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조건만 맞으면 서남대를 넘길 계획이다.
결국, 구재단은 이 전 이사장의 횡령액인 330억만 갚으면 재정기여자 선정에 동의해준다는 입장이어서, 재정 능력이 인수의 기본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수병원은 올해 초 임시이사회가 재정기여자를 선정할 당시, 자본잠식 상태를 지적받았다가 이번 구재단 측의 재정기여자 공모를 기회로 자산가치를 수십 년 만에 다시 평가받아 자산이 부채보단 200억 많은 상태다.
예수병원 측은 다른 법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소 330억은 내놓는다는 입장이다.
명지병원의 경우 작년 총부채 규모가 2천 670억으로 매년 부채를 갚는 이자로만 70억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명지병원 측은 재정기여자 선정 당시 서남대 정상화에 800억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한편 복수의 재단이 서남대 인수전에 뛰어들자 서남대 관련 단체 역시 지지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 서남대 평교수협의회와 총동문회, 의과대학 동문회 측은 예수병원을, 서남대 교수협의회와 의대생 학부모 측은 명지병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