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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보고 어쩌라고!!!"

    응급실을 차지하고 있는 주취자…다른 환자들의 안전까지 해쳐

    [칼럼]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기사입력시간 2019-02-20 06:05
    최종업데이트 2019-02-20 06:0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여한솔 칼럼니스트] 밤 10시 반쯤 119를 통해 환자 한 명이 카트에 끌려 들어왔다. 보호자 없이 혼자 사는 분인데, 집주인에 의해 신고됐다. 세 들어 사는 사람이 3~4일간 행적을 볼 수 없어 신고했고 방에 들어가 보니 환자는 만취 상태로 드러누워 있었다고 한다. 전혀 병력 청취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응급실에서 먼저 시행할 수 있는 검사는 모두 진행했다. 혹시나 해 찍은 머리 CT까지도 깨끗했다. 더 이상 응급실에서 이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수액을 주며 깰 때까지 기다리자."

    보통 2~3시간 정도 후에는 대부분 주취자는 술에서 깨기 때문에 보호자, 지인과 합세(?)하여 응급실에서 퇴실 조치한다. 환자와 동행 가능한  분들이 있기에 응급실에서 굳이 경찰을 부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새벽 4시에 이 환자는 좀처럼 정신을 차리려고 하지 않았다. 보호자 지인 그 누구 하나 없었고, 환자는 이미 응급실 바닥에 소변을 세 번이나 봐 버렸고, 까딱하면 침대 아래로 떨어져 버릴 것 같이 뒤척였다. 결국 지구대에 신고했고 앞서 진행한 상황들에 이해를 구하고 집으로 이송시킨 후에 날이 밝으면 보건소든 사회복지센터든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부탁'했다.

    하지만 도착한 경찰은 환자가 깨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리에 힘을 주지 않아 일어설 수 없기에 강제로 이 환자를 집으로 이송할 수 없다고 했다. (환자의 바지가 소변에 젖어 그는 일어나기까지 했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 못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

    "선생님 만약에 여기 응급실 침대에 큰 위험 없는 환자가 쫙 깔려 있어서 저희가 진료를 못 보게 되는 상황에도 똑같은 논리로 이야기하실 겁니까?" 이미 경찰의 태도는 ‘절대 이 환자를 데리고 갈 수 없다!’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곤 하지만, 그들의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어거지를 부리시면 안 되죠."

    어거지라니..(억지의 잘못된 표현이다.) 더는 이 경찰과 말을 섞어봤자 상황은 호전될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당직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실제로 주취자 때문에 다른 환자의 진료가 더뎌지거나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주취자는 빨리 퇴실시켜야 하는 것이 응급실의 기본 원칙이어야 한다. 그래, 몇 걸음 양보해서 경찰의 뜻을 이해 못 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입장도 들어 달라. 응급실 차원에서 이러한 환자를 곧이곧대로 받고 술이 온전히 깰 때까지 침대에 눕힐 수는 없다. 이번은 다행히 다른 환자들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침대에 환자로 꽉 찬 상태에 중환자라도 들어온다면 이 환자는 바닥에 내동댕이 쳐야 하는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응급실에서 이뤄지는 일차적 치료가 끝난 후 지자체의 정신 보건센터와 정신병원 등에서 이들을 위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이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니 이러한 환자들은  갈 곳이 없어지게 되어 또다시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응급실 밖과 연계된 체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선 현장에선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지구대 경찰력, 119 구조대의 비효율적인 운용, 응급실에서의 제때 치료해야 할 다른 환자의 안전까지 해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자체 차원 더 나아가 전국으로 확대해 정부 정책이 조속히 마련돼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2009년도 뉴스를 보니 모 시에서는 의사회와 경찰청, 보건소, 시민단체가 한데 모여 '상습 주취 소란자 치료 및 보호 대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상습 주취 소란자의 보호 및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한다. (지금도 시행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위의 사례와 같은 일선 현장에서의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직접 소매를 걷어 해결하려 해봤자 이러한 상황은 반복될 것이고 또한 해결된 적도 드물다. 이러한 문제를 마냥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사회적, 정책적 책임을 도외시해선 안되기에 항상 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곤 한다. 소매를 걷는 것보다 이러한 졸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관계자들이 고심해 정책을 만들어 낸다면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다. 당직 방에 들어와 글을 쓰면서 부아가 난다. 대나무숲에 가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우리보고 어쩌라고!!!“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관계부처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해시태그처럼 글 내에 적어놔야 각 부처가 아침에 언론사 모니터링 할 때 검색될 것이기에… 관계 당국이 이 글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기 위해 끄적대본다.

    #지방자치단체 시군구청 #주민 생활지원과, #사회복지과, #시군구 의회,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경찰청, #소방본부, 또 어디가 있으려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와대 정책조정실, #청와대 사회수석실, 그리고…. #대통령?? #제발 좀 #고쳐주세요! #우리보고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