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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이후 재난의료 체계 강화하고 국립대병원은 재난의료책임기관으로의 리더십 갖춰야"

    서울의대 이종구 교수 "국내 재난관리법에는 감염병만 포함돼…여러 상황 대비한 포괄적 법령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1-04-10 08:01
    최종업데이트 2021-04-10 08:01

    사진: 서울의대 이종구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성 질환 등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종합적인 법령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의대 이종구 교수는 '코로나19와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미래'를 주제로 9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23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학기술한림원 온라인 공동포럼에서 '재난성 질환에 대한 미래 의료의 대응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국제보건규정(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 IHR)을 개정하면서, 기존에 콜레라와 페스트 등과 같은 질환에 국한됐던 법 체계를 모든 공중보건위험에 대처하는 접근 방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감염질환은 물론 허리케인과 쓰나미, 지진은 물론 식품 안전 등 모든 위기를 초래하는 이벤트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IHR에 따라 WHO는 문제가 생기면 감시하고, 진단하고, 정보를 주는 일 외에도 단기 조치와 장기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 사람에 대해 의학적 검진과 예방접종, 추적관찰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물자에 대한 조사와 압류, 파괴, 반입 거절 등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은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2006년 '전염병 및 모든 위험 대비법(Pandemic and All-Hazards Preparedness Act, PAHPA)'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누가 대응을 할 것인지부터, 예산 문제와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개인 보호 문제, 심각한 건강 사고(고온기후, 화학·생물학·방사선학·핵 사고, 잠재적으로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성 질환, 사이버 테러, 예기치 못한 오류로 발생하는 바이오테크놀로지 문제 등)와 관련된 국가보건안보전략(NHSS) 계획, 감시망과 인증제, 교육훈련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어 2013년 기존 법을 보강해 일시적으로 사람을 어떻게 배치하고 지방정부는 어떻게 도울지, 환자가 급증했을 때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위기 대응을 위해 연구개발(R&D)을 어떻게 가속화할지를 담은 법(Pandemic and All-Hazards Preparedness Reauthorization Act, PAHPRA)을 만들었다.

    2019년에는 공중 보건 위협에 대한 국가의 준비 및 대응을 개선하기 위해 '전염병 및 모든 위험 요소 대비 및 혁신법(Pandemic and All-Hazards Preparedness and Advancing Innovation Act)'을 추가했다. 필요한 의료 물자 개발과 관리를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지와 함께 생물학 감시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재난으로 포함돼 있는 의료 위기는 감염병밖에 없다. 각종 재난적 의료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는 포괄적인 법령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하는 보건안보 체계 구축을 위해 ▲감염병에 국한된 법률의 한계 극복 ▲보건 위기를 초래하는 질병과 다중 손상 등에 대한 준비와 대응 ▲조직과 인력의 확충 ▲준비, 반복된 훈련과 도상 연습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환자가 급증했을 때 환자를 어떻게 분류하고 관리할지, 의사 결정은 어떻게 내리며, 현장과 어떻게 소통할지, 인력 배치 등에 대해 의료기관이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시키는 것이 핵심인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 부분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재난대책본부에 재난의료분야를 강화할 수 있는 파트가 만들어져야 하며, 시도 의료행정과 환자진료의 연계가 필요하다. 특히 국립대학병원이 재난의료책임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재난시 공공의료기관 역할과 중증환자관리 역량강화를 위해 진료권별 거점재난의료기관 육성이 필요하다"면서 "300병상 규모 병원, 응급의료와 중환자실을 육성하고 질병관리청 광역지원센터와 연계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권역별 국립대병원과 연계해 환자 진료와 이송, 인력교육훈련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재난성 질환관리 법령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기에는 재난성 질병의 감시, 정보수집, 진단, 진료, 사회적 예방조치 등과 더불어 필수 의약품과 개인보호장구, 인공호흡기 등 장비의 개발, 허가, 신속 조달과 구매, 수출입 통제, 물자와 장비 비축 관리는 물론 관련 종사자들의 면책조항과 처분에 대한 것들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