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의대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면서 의료계 내외부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차기 유력한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로 꼽히는 이들이 뭉쳐 '의협 집행부 책임론'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들은 "사안이 시급해 마음이 맞는 인사와 함께 하게 됐다. 차기 회장 선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했지만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 사이에선 후보 연합 등 다양한 설이 돌았다. 이들은 어떻게 기자회견을 함께 개최하게 된 것일까.
기자회견 제안한 임현택 회장…박명하 회장 '집행부 책임론' 일부 공감
2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기자회견을 먼저 제안한 것은 임현택 회장이다. 임 회장은 의대정원 문제와 관련해 현 의협 집행부 대응이 적절하지 않으며, 정부 의대정원 확대 정책 발표에 따라 의협 집행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그는 의료계 파업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박명하 회장도 '집행부 책임론'엔 동의했다. 그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협상단을 다시 꾸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고 결국 공동 기자회견을 같이 개최하게 된 것이다.
다만 박 회장도 기자회견에서 자칫 너무 강경한 발언들이 나올 것을 염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택 회장이 파업 등 다소 과격한 언사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박명하 회장은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위조절의 이유는 박명하 회장 지지층을 보면 알 수 있다. 박 회장은 임현택 회장과 함께 소위 강경파로 분류되긴 하지만 지지 세력은 다소 갈린다. 현 집행부 회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임현택 회장의 다소 과격한 언사와 행동에 반감을 갖고 있는 강경-중도파 회원들이 박명하 회장의 주요 타겟층이다.
반면 임현택 회장은 예비 후보들 중 가장 강력한 투쟁 수단인 파업까지 언급하면서 기존 강경 지지층을 재집결 시킴과 동시에 의대정원 문제에 크게 공분하는 젊은 층 회원 표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박명하 회장 측근은 "박 회장이 임현택 회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파업이나 집행부 탄핵 등 (과격한) 내용이 담겼다면 기자회견을 같이 하지 않았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수호 대표·박인숙 의원, 집행부 탄핵·파업 등 극단적 언급 신중
한편,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의협 전 회장)와 박인숙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동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의대정원 확대 반대 의사는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파업 등 극단적인 언급은 조심하는 눈치다. 공식적인 후보 등록이나 선거운동도 시작하기 전에 한쪽으로 치우치는 듯한 행보가 불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임현택 회장이 주도한 공동기자회견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임현택 회장으로 대표되는 과격한 투쟁 노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주수호 대표는 "현 집행부는 여론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하는데 그럼 여론을 바꿀 생각을 해야한다"면서도 "이미 인터뷰나 칼럼을 통해서 의대정원과 관련된 입장은 많이 밝힌 상태였고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하게 되면 과연 외부에서나 내부에서 봤을 때 의료계 내부가 어떻게 비치게 될까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 대표는 "아직 공식 후보도 아닌 상황에서 집행부에 감놔라, 배놔라 식의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고 결국 기자회견에서 빠지는 결론을 냈다"며 "다만 집행부가 대의원회 뜻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인숙 전 의원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투쟁 방법에 대해 "지금까지의 과격한 투쟁 방법으로 성공한 적이 없다"고 발언하며 일부 회원들 사이에선 온건파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은 자신이 누구보다 강경파라고 소개했다. 단 1명의 의대정원도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누구 보다 강경하게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방법론적으론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과격한 투쟁 방법 보단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박 전 의원의 견해다.
박인숙 전 의원은 "칼로 자르듯 강경-온건파를 나누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다만 굳이 나 자신을 나누자면 강경파로 분류할 수 있다"며 "띠두르고 피켓 들고 사진만 찍는 보여주기 투쟁 보단 실질적으로 정원을 절대 늘리지 않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 내 기준의 강경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