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성질만을 변환시켜 정상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암가역화(cancer reversion)의 근본적인 원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조 교수팀은 정상세포가 외부자극에 부합하는 세포반응을 일으키는 것과 달리, 암세포는 외부자극을 무시한 채 통제불능의 세포분열 반응만을 일으킨다는 것에 주목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특정 조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왜곡된 입출력 관계가 정상적인 입출력 관계로 회복(가역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생명체의 오랜 진화과정에서 획득된 세포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견실성(robustness)과 중복성(redundancy)에 기인한다는 점도 규명했다.

또한 조 교수팀은 입출력 관계의 회복이 실제 암세포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암세포 분자세포실험을 통해 암 가역화를 위한 조절 타겟으로 유력한 유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 유전자들을 조절하면 암세포의 왜곡된 입출력 관계가 정상적인 입출력 관계로 회복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 가역화를 유도할 수 있는 타겟을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이를 조절하는 약물 개발을 통해 혁신 항암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조 교수는 "현행 항암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암 가역치료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를 밝히는 데 성공함으로써 암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을 모두 증진시킬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팀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가역치료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뒤 2020년 1월에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세포로 되돌리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2022년 1월에는 가장 악성인 유방암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유방암세포로 리프로그래밍하는 연구에 성공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전이 능력을 획득한 폐암 세포를 전이 능력이 제거되고 약물 반응성이 증진된 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가역화 연구에 성공했다다. 다만 이 같은 성과들은 서로 다른 암종에서 개별적으로 연구된 사례 연구로, 공통된 원리로 암가역화가 여러 암종에서 발생가능한지는 밝히지 못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암가역화의 보편적인 원리와 진화적 기원을 밝힌 연구다.

KAIST 주재일 박사, 박화정 박사가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와일리(Wiley)에서 출간하는 국제저널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6월 2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논문명: Normalizing input-output relationships of cancer networks for reversion therapy).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